(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에 이어 신상훈 사장도 금융실명제법를 위반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어서 금융실명제 위반 논란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초 횡령 혐의로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신한은행은 고소장에서 신 사장이 행장 재직 시절인 2005년 3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에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고문료를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이 회장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에 송금한 뒤 이를 수차례 인출, 모두 15억6600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은 사문서 위조와 고액현금거래 신고 회피, 자금세탁 등 의혹도 함께 제기하고, 이 회장의 서명필체와 날인 인장이 연도별로 다른 경영자문계약서와 8쪽의 계좌별 입출내역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신 사장은 이 회장의 자문료와 관련 "당시 비서실장들이 주로 처리했으며 일일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며 횡령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금융업계는 신 사장의 횡령 혐의뿐만 아니라 실명제법위반 여부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소장에 의하면 2005∼2009년 사이 연도별로 이희건 회장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가 따로 개설됐다가 자금이 인출되면 폐쇄되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운용됐으며, 2007년 이후 비서실 직원과 직원 가족의 명의를 이용해 자금세탁 방식으로 자금이 인출됐다고 지적했다.
차명계좌를 개설하거나 이용해 금융거래를 하면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실명제법위반으로 볼 수 있다.
또 비서실이 일선 창구직원에게 지시해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고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면 실명제법위반이다. 이 경우 비서실 직원은 주범, 은행 창구직원은 종범이 되며, 신 사장이 지시했다면 신 사장 역시 공범이 될 수 있다.
이는 현재 금감원이 진행 중인 라 회장에 대한 조사에서도 이런 규정은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 검찰은 라 회장이 2007년초 타인 명의의 계좌에서 50억원을 인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으나, 불법거래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금감원은 최근 조사에 착수했다.
현행법상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사 임원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금융관련법 위반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다만 실명제법은 법률을 위반한 금융사 임직원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차명계좌를 보유한 사실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금융당국이 신 사장의 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눈감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파장이 주목된다"며 "신 사장이 관여하지 않았다 해도 은행장 비서실이나 창구 직원이 동의를 받지 않고 타인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 실명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자금을 인출했다면 이 역시 상당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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