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출판인회의 회장인 김언호(65) 한길사 대표는 13일 동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인문서 100권 출간 프로젝트에 대해 이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동아시아 인문서 100권의 해제가 담긴 '동아시아 책의 사상, 책의 힘'(한길사 펴냄) 출간에 맞춰 이날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동아시아 역사상 이런 일이 추진된 적은 없었다"면서 "서양 책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책을 통한 동아시아 문화 소통 운동을 벌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대 이전만 해도 한자 문화권인 동아시아에는 독서공동체가 존재했습니다. 다산의 '목민심서'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 베트남에서도 읽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절됐던 동아시아 독서공동체를 복원해 책을 통해 동아시아 문화와 전통을 재발견하자는 운동입니다"
김 대표는 또 "돈은 적게 들면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라면서 "정치, 경제 등 다른 분야의 소통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의 인문학 출판사들이 '동아시아적 가치'를 찾기 위해 결성한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지난해 10월 전주에서 열린 제9회 총회에서 '동아시아 100권의 책'을 선정했다.
'동아시아 100권의 책'은 20세기 후반 동아시아에서 출간된 인문 서적 가운데 학술 가치가 높은 책을 선정한 것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26권씩, 대만과 홍콩에서 각각 15권, 7권을 뽑았다.
한국에서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뜻으로 본 한국역사'(함석헌) 등이 선정됐으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시론'(주광첸), '중국건축사'(량쓰청), '공동환상론'(요시모토 다카아키), '강의록'(마루야마 마사오) 등이 뽑혔다. 이 책들은 각국의 언어로 동시 출간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한길사, 사계절, 돌베개 등의 출판사가 주축이 돼 책을 번역 출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출간 일정에 대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책이 나올 수 있지만, 특히 중국 책의 경우 번역이 쉽지 않아 출간 일정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동아시아 대표 연구자들이 번역 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책도 일부 있지만 모든 사람의 견해를 다 담을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김 대표는 "향후 과제는 이 책들을 어떻게 일반인이 읽게 하느냐는 것"이라면서 "각 대학에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 대학' 커리큘럼을 설치하는 등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과 연대해 독서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프로젝트가 "우리 책이 국내 출판시장을 넘어 해외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또 유럽에서 공동 역사책을 만드는 것처럼 동아시아 각국이 역사를 함께 공부하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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