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비스는 올해 초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자동차운반선(PCTC) 3척 중 1척을 18만 DWT(재화중량t수)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으로 선종을 변경했다.
글로비스는 이 선박을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물량을 운송하는 데 투입하지 않고, 다른 화주의 물량을 수송하는 데 사용할 방침이다. 글로비스가 실질적인 해운업을 시작한 것이다.
글로비스는 그동안 현대ㆍ기아차의 차량을 해외로 운송하거나 현대제철의 철광석을 수송하는 등 그룹 물량을 주로 운반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이번 선종 변경을 기점으로 해운업에 과감한 출사표를 던졌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그룹 물류 기업의 성격이 강했던 글로비스가 해운업을 강화하면서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글로비스는 진입 장벽이 정기선(컨테이너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부정기선(벌크선)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등 그룹 물량이 많은 만큼, 글로비스는 이 물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현재 현대상선ㆍSTX팬오션ㆍ한진해운ㆍ대한해운 등과 철광석을 운반하는 장기운송계약(CVCㆍConsecutive Voyage Contracts) 9건을 체결한 상태다. 글로비스는 이 과정에서 입찰 주관사로 CVC 전체를 주도했다.
글로비스의 해운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다른 선사들의 경계심은 높아지고 있다.
중견 해운사 관계자는 "글로비스가 직접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은 대형 화주가 해당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똑같다"며 "철광석ㆍ철강재 수송 등 중소 선사들의 일감이 줄어들어 해운산업 근간이 와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글로비스는 부정기선 시장 진출과 함께 기존 사업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2012년부터 현대ㆍ기아차의 완성차 해상운송 '배선권' 100%가 현대차그룹으로 넘어오게 됨에 따라, 글로비스가 이를 전량 담당하게 된다. 글로비스는 현재 현대ㆍ기아차의 완성차 해상운송의 35% 담당하고 있다. 나머지는 물량은 유코카캐리어스가 운송하고 있다.
또한 현대제철이 1고로에 이어 2고로가 올해 안으로 정상화되면 관련 원재료 및 생산품 수송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글로비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반조립 부품(CKD) 판매 사업 역시 활기를 뛸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ㆍ브라질ㆍ중국 공장 등 현대ㆍ기아차의 해외공장 준공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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