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세계 경제가 성장 둔화로 고전하고 있는 미국 경제와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 미국법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등 월가 투자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세계 경제가 미국 경제와 비동조화(디커플링)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신용위기가 불거진 지 3년만에 세계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크게 감소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인 도미닉 윌슨과 스테이시 칼슨은 특히 최근 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소비 감소세가 국제 교역에서 다른 국가 경제에 문제를 야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브릭스(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20%에 이르지만 대미 수출 비중은 5%에 못 미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 성장률이 2%로 처져도 브릭스의 경제 성장률은 0.1%포인트 밀리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2.6%에서 1.8%로 0.8%포인트 떨어지는 사이 세계 경제 성장률은 4.6%로 0.2%포인트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단 해리스 BoA-메릴린치 선진시장 리서치 부문 대표도 "미국발 감기는 독감으로 악화되지 않는 세계 경제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며 "미국 경제는 내년에 1.8% 성장하는 데 비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9%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지난달 스위스 취리히에서 가진 회견을 통해 "세계 경제는 이미 부분적으로 디커플링됐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루빈 씨티그룹 이머징시장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경제지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제조업지수가 잇따라 악화되는 등 지난 2분기 들어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8월 제조업수주 실적이 전달에 비해 0.5% 줄고 9월 실업률은 8월보다 0.1%포인트 오른 9.7%를 기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반면 중국 제조업지수는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크게 호전됐으며 지난 7월 인도의 산업생산도 1년 전에 비해 13.8%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신흥국 경제가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의 60%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신흥국의 기여도는 10년 전 25%에 불과했다.
이같은 디커플링 논의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 않다. 스티븐 로치 모간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신흥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낮아진 것은 지난해 전 세계 교역량이 11% 줄어든 데 따른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수출 의존도가 큰 신흥국 경제는 선진국의 수요 감소로 인한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디커플링은 아직 개발도상국의 꿈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막대한 자금은 자산 거품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통화 강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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