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한달여 밖에 남겨져 있지 않은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제를 조율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더욱 주목됐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포함한 우리 대표단은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가면서 각국 대표단과의 면담일정을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쉽게도 이번 회의의 주요 관심사가 G20 정상회의 의제조율 논의보다는 미국과 중국간에 벌어지고 있는 '화폐전쟁'에 눌려버린 측면이 없지 않지만 우리 대표단으로서는 회의를 통해 각국 대표단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는 점에서만이라도 적지 않은 소득을 거뒀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조연설 방식이 바뀐게 얘깃거리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원국 수석대표가 돌아가면서 단상에 올라 기조연설을 해 왔지만 이번에는 주최국과 차기 총회 개최국 등 몇나라로 한정하고 기타 국가에 대해서는 '서면제출'로 가름했다. 우리 측도 주최측에 기조연설문을 서면제출했다. 우리 대표단은 서울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점을 들어 단상에서 연설문 낭독을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각 회원국들이 이처럼 변경된 방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지는 알길이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종전의 방식이 갖고 있는 순기능이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없어졌다는 점이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개발국가들에게는 세계 질서를 재편해 온 국제기구에서의 공식 발언이 갖는 무게는 남다르다. 우리 역시 지금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나라로 위상이 올랐지만 한 때 이준 열사가 국제행사 초청을 받지 못해 자결을 통해 울분을 표출한 암울했던 기억도 있다.
IMF가 기조연설문을 서면제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게 되기까지의 뒷얘기를 들어보면 더욱 더 아쉽다는 느낌이다. 각국 대표단이 자기 차례에 발언권을 행사하고 나면 물밀듯이 빠져나가 연설차례가 뒤로 밀릴 수록 회의장에 남아 있는 각국 대표단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연설순서를 앞에 배정받기 위해 각국의 치열한 로비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각국 대표단이 그들 나라 수석대표의 연설자들의 박수부대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아직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는 어려운 시절이다. 경제위기가 수습되고 있다는 이유로 자국 대표단의 연설 아니면 경청하지 않아온 관행이 가져온 씁쓸한 결과다.
이번 총회에서는 경제위기 극복 이후 지속가능한 성장엔진을 논하는 의제마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개도국은 개도국대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렸다. 타국 대표단의 연설내용을 꼼꼼하게 경청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이다. IMF 총회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의 논의가 보다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의제도 의제지만 각국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질서부터 정착해야 하는 게 더 우선 과제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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