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샛째주 화제의 책 '부채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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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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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부채의 습격/ 더글라스 김/ 길벗
자본은 아메바와 같다. 아메바는 1개가 2개로, 2개가 4개로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한다. 조건만 갖춰지면 무한대로 불어난다. 자본도 아메바처럼 끊임없이 증식한다. 자본은 ‘부채’를 지렛대 삼아 증식하는데, 통화가 ‘신용’을 기반으로 부채를 만드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채의 잔인함은 여기서 나타난다. 신용이 건전할 때는 부채가 긍정적이지만, 신용이 무너지면 부메랑처럼 칼날이 돼 돌아온다.

부채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무모한 투기 발생 가능성을 낮추며, 회사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그러나 시기를 잘못 잡거나 만기를 제대로 못 맞추는 등 무분별하게 부채를 쓰는 경우는 다르다. 기업·가정·국가 조차도 채무 불이행에 빠질 것이다. 채무자는 노예로 전락하기 쉽다. 

'부채의 습격'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부채의 위험성을 진단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가계 부채 총액이 급격히 치솟았다. 주택 구입을 위한 부채 의존도는 심각하다. 최근 한국은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해외부채, 특히 단기 부채에 크게 의존해왔다.

1998년 외환 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국내 은행, 특히 종합 금융사가 달러 조달은 단기로 하면서 이머징 마켓 채권처럼 유동성이 떨어지는 해외자산에 장기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종합 금융사로서 만기 불일치가 통화 수급 불일치와 맞물렸다. 한국은 국제 채권자들이 단기 부채 상환을 연장해주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제 채권자들이 신용을 제한할 때 잔혹해진다. 무리한 재정정책으로 국가 채무가 늘어나면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외국 채권자들이 단기부채 상환을 연장해주지 않던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

IMF 경제위기 때는 기업이 심판에 올랐다면 이제는 가계다. 기업은 부채를 크게 줄이고 현금보유를 늘려왔다. 1997년 말 기업의 부채비율은 425%였는데 2009년 6월말에는 109%가지 낮아졌다. 하지만 가계는 대출이 늘고 저축이 크게 줄었다. GDP 대비 가계 대출은 2000년에는 40%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지만 2008년엔 60%로 올랐다. 가계 저축률은 1990년 25%에서 2000년엔 10.7%, 2007년엔 2.5%로 계속 떨어졌다.

저자 더글라스 김은 가계 대출이 껴안은 금리 대비책을 강조한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가계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 대출에서 이익을 더 낼 수 있기 때문에 변동금리 대출을 의도적으로 늘렸다. 전체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비율은 2002년 73.5%에서 2009년 2분기에는 92.1%로 늘었다. 지난 10년간 금리는 크게 떨어져 5~6%대를 유지했지만 앞으로는 모른다. 평균 대출금리가 앞으로 몇 년안에 연 8~10%가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럴경우, 이자부담이 평균 50~100% 늘어나게 될 텐데, 가계는 이를 잘 견딜 수 있을까?

가계 대출의 대부분은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올해부터 원리금균등상환이 시작된다. 이로인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만기일시상환 방식에서 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한 많은 가계들은 이자가 급등해 있는 것을 경험한다. 어떤 가계가 5년의 거치기간 동안 연 6%의 번동금리 조건으로 10년 만기 대출을 2억원 받았다고 가정하자. 5년 거치기간 동안 대출금에 대해 매달 내는 이자는 1100만원이 될 것이다. 이 가계가 버는 연간 총소득이 7000만원, 즉 월소득이 583만원이라 가정하면 이자로 내는 100만원은 (세전) 소득의 17%를 차지할 것이다.

거치기간이 끝나면 매달 내는 원리금 상환액은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조건이면 약 390만원 즉 (세전)소득의 67%로 급등할 것이다. 거치기간이 끝나면 이자가 오른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들은 대출 이자를 감당할 만큼 집값도 오르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부동산은 하락세며 늘어난 부채는 고스란히 가계의 몫이다.

책은 대출이 많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통화공급과 부재 증가를 잘 조정해 선순환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가계는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서 내실을 튼튼히 해야한다. 책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위험성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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