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런던엔 타워브릿지, 파리에는 퐁 네프 에펠탑, 프라하의 카를 대교…
유난히 그 도시에서 빛나는 명소다. 사진으로만 봐도 단번에 알지 못한다면 부끄러울 정도로 유명하다.
그 다리들은 역사적 명성으로 빛나기도 하지만 야간의 비치는 조명의 도움을 받아 세계속에 이름을 빛내고 있다.
"서울의 밤, 과연 어떤 건축물이 빛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답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유난히 빛나는 곳도 없거니와 모든 건축물이 제각각의 빛으로 그 위용을 뽐내고 있는 현실이 한 몫한다.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도쿄 등 세계적 수도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량과 폭을 지닌 한강.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도심에 흐르는 강 중에 한강이 얼마나 큰 강인지 알 수 있다.
강에 놓인 대교의 숫자만 해도 23개다.
또 다리 중 5개(마포·천호·영동·노량·잠실철교)를 제외한 18개의 다리에 야간 경관조명이 설치돼 운영 중이다.
강에 놓인 대교의 80%가 밤에 서로를 위시하면서 빛을 뿜어댄다. 세계 유명지서도 유래없는 숫자다. 이런 이유로 한강의 밤은 언제나 밝다.
하지만 18개의 대교 중 서울시가 자화자찬하는 다리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명소가 될 만한 곳은 없다. 테마가 없기 떄문이다. 그저 비슷한 색으로 밝게 하거나 현란하게 변화할 뿐이다.
기자가 영국 어학연수시 이웃집에 살던 영국인 C씨(33·버밍엄 거주)는 작년 출장 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이메일로 주고 받은 기자의 질문에 "조명이 중요한 건 색상의 조화 혹은 명소 건물의 강조인데 그런 곳은 오히려 눈에 잘 안띄는 것 같다"며 "하지만 어느 곳이든 확실히 밝아서 영국에서는 믿기어려운(Unbelievable) 밝은 새벽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에게 한강 18개의 다리의 이름을 모른채 야간 조명을 뿜는 사진만으로 다리의 특징을 찾아내라고 물어보면 찾을 수 있을까?
정답은 '노'다. 다리마다의 특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산을 써가며 야간조명을 정비하는 곳은 오히려 외국인의 발걸음이 뜸하다.
오히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1위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는 바로 사진을 찍고 가면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이화여대 정문'과 쇼핑 천국 '명동' 그리고 천혜의 섬 '제주도'다.
서울은 명소는 없고, 소비만 있는 곳이 되버렸다.
런던을 방문했다고 가정하자. 런던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거리가 어수룩하다. 멀리서도 런던아이가 보이고, 타워브릿지가 보인다. 왜 일까?
주변을 일부러 어둡게 했기 때문이다. 어둡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빛을 비추지 않으면 된다. 야간에 무엇인가를 강조하기 위해선 나머지 다른 것을 어둡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조명이라는 것 자체가 빛과 어둠의 조화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현재 서울시가 내세우는 명소라고 하는 곳은 그저 밝기만 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필요없는 곳의 조명을 줄여야 한다"며 "하천 같은 곳에 밝은 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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