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도 실시간으로 관객과 만나기에 생방송이랑 비슷하다. 나는 아무래도 생방송 체질인 것 같다.“
한때 '국민 MC'로 이름을 날린 방송인 허수경(44).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소감과 정자 기증으로 낳은 딸 '별이'를 키우면서 달라진 인생관 등을 전했다.
마이크 앞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말투는 여전했지만 사실 그가 '전공'인 생방송 현장을 떠난 지는 오래됐다. 지난해 김승현과 공동 진행한 SBS '라디오가 좋다'에서 물러난 이후 주로 케이블TV에서 녹화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로 6년 만에 무대 연기에 도전한 그는 "나 자신을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번째 연극 도전이라 오히려 고민이 많았다. 첫 연극인 '부부사이의 작은 범죄들'에는 뭣도 모르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손숙 선생님 권유도 있었고 스스로 '내가 연극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검증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는 신경숙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번 연극에서 실종된 엄마를 애타게 찾아 헤매는 장녀 역할을 맡았다. 실제로도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장녀인 허수경은 "엄마라는 존재가 사실은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엄마라는 옷을 입으면 한 인간은 사라지고 엄마만 남게 된다. 관객들이 연극을 보고 극장을 빠져나가면서 이런 점을 곱씹어보게 됐으면 좋겠다. 극중 장녀처럼 엄마를 잃어버리고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엄마를 먼저 한 사람으로 이해해줘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 이혼 후 기증받은 정자로 딸을 출산해 '미스 맘'이 된 지도 3년이 다 돼 간다. 엄마로 지내온 소감을 묻자 환한 미소와 함께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상의 이목이나 남자에게 제 인생을 걸기는 싫었다. 딸 별이를 기준으로 모든 삶의 목표를 세웠죠. 제가 워낙 가족에 집착하는 성격이라 딸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엄마가 최고'라고 말해준다면 내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 생각된다."
만약 극중 장녀처럼 엄마의 소중함을 몰라준다면 서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답게 '쿨한' 반응도 보였다.
"어쩔 수 없다. 별이를 키우면서 이미 완벽한 행복을 선물 받았으니까. 우리네 어머님들도 자녀를 위한 희생 방식을 바꾸었으면 좋겠다. 당신들 건강을 먼저 챙기시는 게 오히려 자식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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