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게릴라 여전사 출신의 지우마 호세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브라질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집권당인 노동자당(PT) 소속인 호세프의 당선으로 중남미에서 최근 주춤했던 중도좌파 물결이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 호세프는 누구?
1947년 불가리아계 이민자 후손 가정에서 태어난 호세프는 군사정권에 반대하며 무장투쟁을 벌이던 게릴라 출신이다.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이어진 군사독재정권 시절 반(反) 정부 무장투쟁에 투신했던 그는 1970년 당국에 체포돼 3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후 1980년 포르토알레그레에서 민주노동당(PDT) 창당을 도우며 정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2001년 PT에 입당하면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실바 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룰라 정권 출범과 함께 2003년 연방정부 에너지장관에 임명됐고, 2005년 6월 우리나라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수석장관에 기용돼 5년 가까이 일했다.
룰라 정권의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브라질 정부의 주요 개발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등 업무 처리 능력 인정받아 차세대 재목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당직을 맡은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인지도도 낮아 대선후보로 부족하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아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퇴임 직전에도 80%를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는 룰라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번 대선에 승리하게 됐다.
◇중남미, 중도좌파 물결 다시 확산되나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이자 남미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질을 이끌 새 수장에 집권당 후보인 호세프가 꼽히면서 주춤했던 남미의 좌파 세력이 활기를 되찾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중순 중남미 정계에서는 좌파 세력의 영향력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파나마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후보가 좌파 집권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데 이어 6월 말 아르헨티나 총선에서는 중도좌파 집권 세력이 참패했다.
같은해 11월 말 치러진 온두라스와 우루과이 대선에서는 우파 후보와 좌파 후보가 1승씩 나눠가졌고 지난 1월 칠레 대선 결선 투표와 5월 콜롬비아 대선에서는 우파 성향의 후보가 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호세프의 대선 승리로 중도좌파 세력이 새로운 구심점을 찾으면서 중남미의 좌파물결이 다시 일어날 전망이다.
올해 브라질 대선 결과가 길게는 내년 10월 말 실시되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재집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호세프는 남미 경제통합을 추진하면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구축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혀 중남미 좌파세력의 규합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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