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 조치에 중국·브라질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글로벌 환율전쟁이 2차전에 돌입할 양상이다.
주요국들은 환율 주권을 지키기 위해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다시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 환율 문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1050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 환율 둘러싼 주요국 '긴장관계'… 속 타는 외환당국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3일(현지시간)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의 QE2를 결정했다.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QE1과 제로금리 정책이 실효를 내지 못하자 경상수지를 흑자로 돌리기 위한 달러화 절하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이 조치가 2차 환율전쟁에 방아쇠를 당겼다.
중국·브라질 등 신흥 경제국들은 QE2를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을 환율전쟁의 진원지로 몰아세우고 있다.
일본도 양적완화를 위해 5조엔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시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원화가치는 다시 하락 기조의 흐름을 탔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날 대비 0.2원 내린 1107.3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은 이달 들어 단 한차례도 오르지 못하며 아랫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수익성이 높은 국내 주식·채권 시장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거래일 동안에만 코스피에 1조3108억원 규모의 외국인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 10월 한달동안에는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10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올 국내 경상수지가 3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기가 안정적인 펀더멘탈을 유지하고 있어, 환율 하락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외환당국은 지나친 환율 하락이 수출 경쟁력 하락을 갉아먹을 것으로 판단, 환율 급락을 제어하기 위한 수시 개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선 돌파를 시도하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외환공동검사 추가 실시 카드를 꺼낸 것이 대표적.
하지만 이 같은 개입이 하락 속도를 늦출 뿐 기조 자체는 바꾸지 못하고 있다. 환율 하락 압력이 워낙 강해 당국의 시그널(신호)만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만큼 달러화 매수를 통한 적극적인 개입이 어려워 환율 하락기조는 시장 여건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연말 환율 1050원선까지 떨어질 것"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연말 환율이 1000~1050원선까지는 무난히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 환율 하락세를 저지할 특별한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가 남아있지만 환율전쟁 봉합이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대부분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현재로서는 환율이 1100원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연말에 1050원도 가능해 보인다"며 "G20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 흑자국은 어느 정도의 통화절상을 용인해야 하며, 그 반대의 경우엔 주요국이 독자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커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를 봉합할 만한 결과가 나와도 한국과 같은 흑자국 통화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G20정상회의가 특별한 모멘텀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중국 위안화 환율에 대한 진일보한 말이 나오면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하락세가 1100원선에서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채권 등에 투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떨어질 여건은 마련됐다"면서도 "다만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선이 깨질 경우 시장의 수급상황이 변하며 속도조절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경 임명찬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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