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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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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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환율분쟁으로 촉발된 대내외 불안요인들이 경기 사이클과 맞물리면서 당초 5% 내외를 기록하리라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절상 효과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인이었던 수출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한 데다 금명간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기준금리 상향에 따라 내수 회복세도 올해보다는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우리 경제는 성장이냐 정체냐를 결정하는 갈림길에 들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성장률 내년 잠재성장률 수준 4%대로 조정

정부는 당초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조금 웃도는 5%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이보다 조금 낮은 4%대로 내다본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이 최근 발표한 6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채권 소득 비과세 조치를 환원키로 하는 내용을 담은 외자규제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지만 수출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환율하락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조차 내달경 발표될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에 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4% 중반대로 하향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경제연구소는 이미 내년 성장률을 4% 초·중반대로 예상한 바 있다. 은행연합회 산하 금융연구원(4.4%), 현대경제연구원(4.3%), LG경제연구원(4.0%) 등 국내 민간연구소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4.7%와 4.5%의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투자은행(IB)의 전망치 평균값은 4.0%다.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인 6%로 올라서 내년에는 기저효과에 따른 미세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4% 초중반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즉 경기가 과열도 냉각도 아닌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성장률 추이를 보면 2006년(5.2%)과 2007년(5.1%) 상대적인 고성장을 구가하던 우리 경제는 2008년(2.3%)과 2009년(0.2%) 주저앉았다가 올해 6%대로 급반등하고 나서 비로소 중·장기 추세치를 회복하는 셈이다.

◇ 대외 불확실성 커져…내수가 관건

OECD는 지난 3일 역내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금융위기로 공공적자와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해 회생 추진력이 올해 초부터 약화하고 있다"면서 내년 역내 33개국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2.0~2.5%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전망 전문 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 역시 최근 "환율 문제와 보호무역주의 위험, 높은 실업률 등으로 내년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성장세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성장률은 지금껏 수출이 80% 이상을 점유해 왔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한 수출경쟁력 하락과 외환시장 교란 우려에다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 부진 가능성 등을 우리 경제가 직면한 주요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재정부는 지난 4일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에서 "세계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하고 있으나, 주요국의 회복속도 둔화, 미국과 중국의 정책변경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날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환율전쟁'에 따른 경제의 하방 위험과 선진국의 양적완화에서 비롯한 자산 거품을 우려하면서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정 건전화 문제도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정상을 회복했다고 안도할 게 아니라 꾸준히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소득 3만 달러 시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갈림길이라는 점에서 내년부터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4%대 성장률은 내년 경기가 침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기 회복세의 속도가 둔화하는 것으로, 안정 기조는 지속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내년부터 경기 위축에 따른 반등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내수 회복 여부에 따라 성장세가 결정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수록 정책의 룸(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하루 속히 올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산버블로 이어져 소비심리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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