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올랐지만 상관 없다. 차도 없는데 뭘… 사과, 설탕값 상승도 문제가 아니다. 안먹으면 되니까.” 농수산물 식품가를 비롯해 모든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자조적으로 털어놓고 있는 애기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글에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의 역정이 묻어난다. 물가앙등으로 중국의 10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당국의 억제목표선인 3%(9월3.6%)를 넘어 4%대를 위협하면서 물가 피로감이 서민들의 생활속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중국 민간에 떠도는 얘기중에 ‘차이미요우옌(柴米油鹽·땔감과 쌀 식용유 소금)’이라는 말이 있다. 땔감과 먹거리 등 생활과 뗄레야 뗄수 없는 생필품을 뜻하는 말이다. 냉소 가득한 네티즌들의 말과 달리 어느것 하나 ‘상관없다’고 치부해 버릴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나라는 백성을 으뜸으로 여기고(國以民僞本), 백성은 먹거리를 우선으로 삼는다(民以食爲天)고 했는데 지금 백성들이 으뜸으로 여기는 그 먹거리가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나라는 백성을 으뜸으로 여기고(國以民僞本), 백성은 먹거리를 우선으로 삼는다(民以食爲天)고 했는데 지금 백성들이 으뜸으로 여기는 그 먹거리가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요즘 높다는 뜻의 ‘고(高)’ 자와 오른다는 뜻의 ‘짱(漲)’ 자를 빼놓고 중국의 경제 사회 현상을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위안화 주가 금리 물가 임금, 주택, 원자재 가격, 기업 비용 앞에 예외없이 고(高)자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갑자기 디젤유값이 오르면서 항저우(杭州)등 중국 주요도시 주유소에서는 트럭 운전자들이 주유를 위해 한두시간씩 줄을 서야하는 진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농수산 식품값이 치솟고 석유류가격과 석탄 값까지 상승하면서 앞으로 전기 교통요금 등 공공 분야로 물가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집값은 당국의 강력한 대책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을 뿐 정부 감시가 소홀하면 언제든지 투기적 과열이 재발할 소지를 안고 있다.
설탕과 식용유, 바이쥬(白酒 고량주) 컵라면 가격까지 모든 생활용품 가격이 예외없이 치솟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지갑이 턱없이 얇아졌다. 설탕가격은 최근 산지가격이 한달새 25%나 급등했다.
마늘, 생강, 옥수수, 면화, 콩, 사과 등 주요 농산물 가격도 일제히 치솟았다. "마늘값 장난아니네(蒜你狠). 생강값도 장군일세(姜你军), 설탕값 대단하네(糖高宗)" 고물가를 한탄하는 이런 유행어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농수산 식품 세제등에서 상하이 물가가 사상 처음 홍콩 물가를 넘어섰다. 상하이 선전 사람들이 거꾸로 홍콩으로 쇼핑을 가는 세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통상 겨울은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인데다 사료값 상승과 운송비 등 원가 상승에 따라 돼지고기가격도 큰 폭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이나 노동자 서민들의 시름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고다. 노동자들사이에서는 세상천지에 임금만 빼놓고 모든게 다 치솟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베이징 교수로 재직중인 친구는 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 자 행진’에 대해 중국 경제가 현재 ‘텐쟈(天價), 텐페이(天飛)’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10월 17기 5중전회에서 발표한 12.5계획 요강에서 내년이후 성장목표를 7%로 낮춰잡았다. 이 같은 정책 선회는 물가 안정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은 또 인플레 예방을 위해 지난 10월 금리 인상 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물가 상승은 갈수록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분위기다. 치솟는 물가는 고성장 경제의 암이다. 암이 자꾸 환부를 키워가면 민심 이반과 체제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고물가에 짖눌린 서민가계에 어떤 복음을 가져다 줄지 중국 안팎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헌규 기자 ch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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