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 긴축에 대한 국민투표로 여겨진 그리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96%가 투표에 불참한 마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각) 현지 뉴스통신 ana-mpa에 따르면, 그리스 북부 코자니주(州)에 있는 발벤도 마을에서 유권자로 등록된 4천821명 중 불과 204명만이 전날 열린 지방선거에 참여했다.
204명의 투표 중 그나마 유효 투표는 168표에 그쳤다.
마을 주민들의 집단적인 투표 거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이웃마을들과 선거구가 통합된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는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한 긴축 조치의 하나로 지방 행정구역을 대거 통합하는 조정을 단행했다.
‘칼리크라티스 계획'으로 불린 이번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67개 광역단체는 13개 주(region)로, 1천34개 기초단체(municipality)는 325개로 각각 축소 통합됐다.
이런 행정구역 개편으로 지방정부 및 의회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연간 수억 유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비록 발벤도 마을주민이 선거구 개편에 대한 불만으로 대거 투표에 나서지 않았지만 심각한 투표율 부진은 이번 선거의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현지 언론매체들은 여.야의 선거 결과 판세와 더불어 국가 전체적으로 유권자의 40%가 투표에 불참한 상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수도 아테네는 사상 최고치인 58%의 투표 불참률을 기록하는 등 인구 기준 상위 5개 대도시가 36~58%에 달하는 기권율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자는 사회당이 아니라 `기권층'이라고 통신은 규정하기도 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부진한 투표율에도 여당 후보가 주지사 선거가 치러진 13곳 중 7곳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두고 `정부의 승리'로 일찌감치 규정했다.
반면 제1야당인 신민당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 역시 "투표한 유권자 중 다수는 파판드레우 정책을 거부했고,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은 사회당 지지와 조기총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딜레마를 거부했다"며 신민당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압도적 다수가 정부의 긴축 조치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그렇다고 겨우 수습국면에 들어선 재정위기를 다시 부추길 우려가 있는 조기총선도 선택하기 싫은 유권자들의 심리를 보여준 이전의 여론조사 결과들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주와 기초단체에서 과반을 득표해 당선된 후보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오는 14일 결선 투표를 치를 예정인 가운데 유권자들이 투표 불참으로 보여준 `항의'가 결선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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