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메멘토모리' '아시아의 죽음 문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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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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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등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와 사회문화상을 조명한 책 2권이 나란히 나왔다.

신간 '조선의 메멘토모리'(애플북스 펴냄)는 조선시대 비극적인 자살 사건을 통해 조선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인 정구선 동국대 외래교수는 왕실을 둘러싼 자살, 정치적 패자들의 자살, 여인들의 자살, 전쟁터에서의 자살, 권력에 저항한 약자들의 자살 등으로 자살 사건을 분류해 자살 사건 뒤에 숨겨진 조선 사회의 이면을 보여준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머리카락 한 올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유교적 신체관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자살은 비일비재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유나 체제 저항의 수단, 절개를 지키기 위한 이유에서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 반면 지금처럼 우울증이나 생활고 같은 개인적인 문제에 의한 충동적 자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저자는 특히 조선시대 약자였던 여성과 민초들의 자살에 주목한다.

조선 초기 중국에 바쳐졌던 공녀(貢女)들은 중국에 가면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할 운명이었다. 또 설령 돌아온다 하더라도 시집을 가기 힘들기 때문에 중국으로 가지 않으려고 통곡하다 죽거나 구덩이에 몸을 던졌다.

중종 때에는 군대 내에서 고통과 괴로움에 못 이겨 자살하는 병사들이 많았으며 명종 때에는 군역(軍役)의 고통이 극심해 처자를 이끌고 목을 매거나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저자는 조선시대 자살 사건에는 "단순한 개인의 사연을 넘어 당시 사회의 정치 상황과 사회문제, 풍속, 가치관 등이 다양하게 녹아있다"고 말한다.
252쪽. 1만3천원.

'아시아의 죽음 문화'(소나무 펴냄)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티베트, 몽골 등 아시아 6개 문화권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살펴본다.

이옥순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심혁주 명지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김선자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강사, 이평래 한국외대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선정규 고려대 중국학부 교수, 이용범 전북대 연구교수 등 6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저자들은 한국, 중국 한족(漢族), 중국 서남방 소수민족인 하니족·이족, 몽골, 티베트, 인도의 죽음 문화를 각각 나누어서 집필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문화권마다 달랐지만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보편적이었다.

인도인은 몸은 죽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고 믿는다. 인도인에게 죽음은 삶과 다음 삶 사이의 막간, 내세에 이르는 통로와 같으며, 따라서 죽음은 큰 재앙이나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자연적인 과정으로 여겨진다.

티베트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티베트 사자(死者)의 서(書)'라는 경전이 있다. 티베트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 경전은 사후 세계를 알려줄 뿐 아니라 현실의 삶을 더욱 사랑하고 경건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저자들은 죽음에 대한 태도야말로 문화의 궁극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죽음의 이야기는 뒤집어보면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

이평래 교수는 책 서문에서 "죽음을 단지 '죽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과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하면 죽음의 문제가 다르게 보일 뿐 아니라 이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340쪽. 1만5천원.

<기사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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