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저신용·저소득 고객을 대상으로 내놓은 '새희망홀씨' 대출이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시장을 위협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층이 겹치는 데다 금리도 기존 제2금융권 신용대출 상품보다 낮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난 8일부터 새희망홀씨 대출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대상은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이거나,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고객이다.
은행들은 향후 5년간 매년 영업이익의 10% 가량을 서민 지원상품 판매에 할애할 계획이다.
새희망홀씨 대출의 주요 타깃층은 7~8등급 고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7~8등급에 속하는 대출자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7등급의 수요가 가장 많다"고 전했다.
이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신용대출 고객들의 신용등급(6~8등급)과 중복된다. 새희망홀씨 대출이 저신용·저소득층 신용대출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저축은행권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6개월 동안 5000억원 이상 늘었다. 주요 수익원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사업이 위축되면서 신용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새희망홀씨 대출이 의외로 선전할 경우 제2금융권은 수익성 악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새희망홀씨 대출 금리가 기존 제2금융권 신용대출 상품보다 5~10%포인트 가량 낮은 점도 부담스럽다.
은행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새희망홀씨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는 5.75~14.00% 수준이다. 은행연합회는 금리 가이드라인을 12~14%로 설정했지만 개별 은행들이 홍보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금리를 추가로 낮췄다.
반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19% 정도다. 금리 민감도가 높은 고객이라면 새희망홀씨 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2금융권은 아직 판매 초기인 만큼 실적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새희망홀씨 대출의 상품 구조나 고객층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대출자들의 신용등급이 겹치고 금리도 낮아 고객 이탈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새희망홀씨 대출 취급실적은 은행별로 격차를 보이고 있다.
10일 현재 국민은행(26억원)과 우리은행(18억원)이 앞서나가고 있으며, 신한은행(6억원)과 하나은행(5억원)은 아직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