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검찰 관련 사안을 바라보는 여야 정치권의 속내가 복잡하다.
이르면 이번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부터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여야 의원 소환조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환 불응’ 방침을 밝힌 민주당 주변에서 “정말로 문제가 없다면 검찰조사는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더불어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대포폰(명의도용 휴대전화)’ 지급 의혹이 제기된 국무총리실 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 “‘재수사’ 혹은 ‘추가수사’가 필요하다”는 당내 의견이 확산되면서 자칫 해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한 야권의 주장에 휩쓸릴까 고심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청목회 로비 수사에 대해 “검찰이 영장 1장으로 51건의 압수수색을 벌인 것 자체가 불법임이 드러난 반면 청목회 후원금은 합법적이었다”면서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통해 국회의원을 혐오감 있는 존재로 만드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고 자위할 수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망신을 주려는 사람들은 더 큰 망신을 당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당 국회유린저지대책위원장인 조배숙 최고위원도 “검찰이 민간인 사찰, ‘대포폰 게이트’ 등은 ‘봐주기’식 수사를 한 반면, 청목회와 국회의원에 대해선 ‘과잉수사’를 했다”며 “이런 불공정한 수사가 계속되는 한 (검찰의) 소환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최근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검찰 압수수색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반대’ 의견과 비등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무조건 강경 일변도로만 대응하기엔 부담이 된다”는 게 당 고위 관계자의 지적.
더구나 압수수색을 당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 ‘죄인’ 취급받기보다는 차라리 떳떳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소환 불응’ 방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또 한나라당은 ‘대포폰’ 문제 등과 관련, “재수사나 추가수사 여부는 검찰이 판단할 몫”(안형환 대변인)이라는 게 당의 공식 반응이나, 홍준표·나경원·정두언·서병수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절반 이상이 “새로운 증거가 드러난 만큼 그에 합당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상태여서 “어떤 식으로든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원희룡 사무총장도 11일 “새 증거가 나오거나 찾을 수 있는 증거가 있는데 일부러 덮고 가면서 다른 사건을 수사한다면 공정성과 형평성에 안 맞는다”며 검찰의 엄정 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다른 핵심당직자는 “그러잖아도 야당이 ‘대포폰’ 등에 대한 국조를 요구하고 있는데 재수사 얘기를 한다면 야당의 정치공세에 밀릴 수 있다”면서 “현재로선 쉽지 않은 문제다”고 말했다.
장용석·박재홍 기자 maen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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