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APEC 뒷전… 영토외교·美동맹에 올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11-14 10: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中·러시아와 갈등 평행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인 일본의 관심은 온통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중국.러시아와의 외교관계 복원, 미국과의 동맹강화에 쏠렸다.

이 때문에 APEC의 존재 이유인 역내 경제통합과 성장전략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일본 언론도 APEC의 현안보다 미.중.러시아와의 외교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 간 총리 사활건 외교전 =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로서는 사활이 걸린 외교전이었다. 지난 6월 출범 당시 70% 안팎이었던 내각 지지율은 중국, 러시아와 영토 갈등을 빚으면서 최근 20%대까지 추락했다. 과거 일본에서 지지율 20%대 밑으로 추락한 정권은 대부분 단명했다.

내각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중국과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갈등, 러시아와의 쿠릴열도 영유권 문제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없이 소비세 인상 문제를 들고나왔다가 대패해 실각 위기까지 몰렸다가 '탈(脫) 오자와'를 내걸어 회생한 간 총리가 이번엔 외교 실정으로 실각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간 총리는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 복원이 시급했다. 우선은 대화가 돼야 상황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공을 들였다. 지난 9월7일 센카쿠열도에서 자국 순시선과 중국 어선이 충돌한 이후 중국이 반발해 외교는 물론 경제협력, 민간교류까지 얼어붙어 희토류 문제 등 기업활동 등에서 부작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 중·러시아와 외교관계 복원 먼 길 = 하지만 간 총리가 후진타오 주석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만나 관계 진전에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후 주석과는 회담 사실이 10분전에 발표되는 우여곡절 끝에 13일 오후 5시26분부터 22분간 회동했지만 심도있는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 장기적으로 안정된 전략적 호혜관계의 추진 ▲ 정부.민간 분야에서의 교류 촉진 ▲ 경제분야도 포함한 지구 규모의 과제 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센카쿠 갈등 해소방안과 관련해서는 "총리가 일본의 확고한 입장을 전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두 정상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외교상 이유'를 들어 밝히지 않았다. 두 정상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얘기다.

두 정상의 짧은 공식 회동은 결국 외교관계의 파국을 피하자는 최소한의 '의지 표명'으로 관계 개선의 첫 발을 내디뎠지만 관계 정상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간 총리와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13일 밤 회동도 쿠릴열도에 대한 입장차만 부각한 채로 종료됐다.

43분간의 회담에서 간 총리는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의 4개 섬이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베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이들 섬 가운데 하나인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를 방문한데 대해 "우리나라의 입장, 일본 국민의 감정상 수용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에대해 베드베대프 대통령은 "감정적 성명이나 행동으로는 사태를 개선할 수 없다"면서 "어느 지역을 방문하는가는 내가 결정한다. 이 곳(쿠릴 4개섬)은 우리의 영토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간 총리는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모든 분야 특히 경제관계를 발전시켜 양국간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토문제를 미끼로 경제협력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 미국과 동맹에 주력..對 중국 포위망 강화 = 중국과 러시아의 영토문제 압박으로 위기감을 느낀 간 총리는 미국과의 동맹강화에 매달렸다.

간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오전 약 1시간에 걸친 정상회담에서 안전보장, 경제, 문화.인적교류 등 3개 분야를 집중 논의했고 내년 봄 간 총리의 미국 방문에 맞춰 공동성명으로 그 내용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간 총리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미국의 존재, 미군 주둔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밝혔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는 이 지역의 안전과 평화의 토대"라고 강조하면서 "일본을 방위한다는 결의에 흔들림이 없다"고 화답했다.

일본과 미국이 '동맹'의 심화를 거듭 강조하면서 일사불란한 자세를 보인 것은 경제와 안보에서 공통의 '적'으로 떠오른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응해 일본과 희토류의 공동개발 등을 위한 고위 실무자급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간 총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의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이런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TPP 역시 중국의 경제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구상이어서 일본의 TPP 참여는 한국 등에 뒤진 자유무역협정(FTA)을 일거에 만회하면서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에 힘을 합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 사이에는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문제라는 난해한 숙제가 버티고 있어 밀월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후텐마 기지 이전에 대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沖繩)의 후텐마 역내 이전 반대 여론에 밀려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후텐마 이전에 대한 구체안 제시를 계속 미룰 경우 미국 정치권의 여론이 악화되면서 동맹에 다시 금이 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패배로 국내 정치에 전념해야하는 상황인데다 중국을 의식해 후텐마 문제를 일단 미뤄놨지만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를 낙마시킨 이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