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없는 나라 자메이카의 봅슬레이팀을 다룬 영화 '쿨러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팀은 겨울 스포츠인 봅슬레이에 대한 열정 하나만 믿고 갖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림픽에 출전해 감동을 줬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몽골 야구 대표팀도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과 다름없다.
A조에 편성된 몽골 대표팀은 야구 배트를 달랑 한 자루만 들고 참가했다. 나무 방망이는 자주 부러지는데다 가격도 비싸 넉넉하게 마련하지 못했다.
몽골에서는 부러질 걱정이 없는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한다. 14일 중국과 첫 경기를 치르는 몽골은 경기 중에 방망이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다음 타자는 빈손으로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몽골 대표팀의 딱한 사연이 알려지자 아시아야구연맹(BFA, 회장 강승규)이 발벗고 나섰다. BFA는 다른 회원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백방으로 수소문해 필요한만큼 배트를 구해 줬다.
또 몽골 팀은 경비를 줄이고자 출전 선수도 '정예 멤버'로 뽑아 왔다. 대부분 나라는 24명의 엔트리를 거의 채워서 선수를 데리고 왔지만 몽골 선수는 총 12명에 불과하다. 다치는 선수라도 나오면 교체도 쉽지 않다.
교통비를 아끼려고 광저우까지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타고 왔다. 무려 48시간이나 걸렸다.
파키스탄도 비슷하다. 파키스탄은 몇년 전부터 한국과 BFA 등에서 지도자와 장비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한국의 신현석 감독이 2007년 대표팀 수석 코치를 맡기도 했다. 신 감독은 그해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하기도 했다.
올해는 황동훈 전 동국대 감독이 파키스탄에 지도자로 파견됐다. 황 전 감독은 야구공, 배트, 글러브 등 장비를 갖고 현지에 가서 '야구 전도사' 노릇을 했다.
몽골만큼 경제 사정이 열악한 파키스탄은 황 전 감독에게서 지원받은 장비 일부를 그대로 들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선수 숫자도 역시 24명을 채우지 못해 18명만 데리고 왔다.
BFA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 몽골과 파키스탄 등 어려움을 겪는 팀에 또 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BFA 관계자는 "몽골, 파키스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사정이 열악한 아시아 나라를 상대로 꾸준히 지원해 오고 있다"라며 "처음에는 야구 규칙도 잘 모르던 이 나라 선수들이 지금은 강팀과도 어느 정도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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