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조선산업 불황 속에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등 대형 조선소들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거나 달성을 눈앞에 두는 등 선전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21일 이 같은 선전의 '일등공신'으로 하나같이 '해양 설비'를 꼽았다.
연초부터 꾸준히 이어졌던 해양설비 수주는 연말까지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적인 석유회사로부터 2천400억원 규모의 장력고정식 해양플랫폼(원유를 뽑아내기 위한 해양 구조물)의 선체 부분을 수주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현재까지 전체 수주액 88억 달러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2억달러 가량을 해양설비로 채우게 됐다.
지난달 이미 올해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한 삼성중공업 역시 11일 노르웨이의 씨드릴사(社)로부터 원유 시추선박인 드릴십 2척을 10억8천만 달러에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올해 수주액인 91억 달러에서 해양관련 설비는 31억 달러 가량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해양설비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한 관계자는 "해양설비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름값이 낮았을 때에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며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개발에 필요한 해양설비와 특수선박 수주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최근 배럴당 80달러대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조선소에서의 해양설비 비중도 따라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와의 격차를 벌려놓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중국이 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은 범용선이고 해양설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아무래도 해양설비쪽이 훨씬 고기술을 요구한다. 세계적인 해양설비 증가 흐름의 중심에 우리나라 조선소가 들어가면서 조선기술의 격차를 더 벌리는 효과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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