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세준 기자) 20일 토요일 오후 5시50분께. 모처럼 주말 약속도 없어 가족들과 함께 아시안게임을 보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딩동~". 한달여 전 큰 맘먹고 구입한 갤럭시S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신호를 보냈다. 평소 보던 메시지와는 뭔가 조금 좀 다른 형식이었다.
"보관함에 보지않은 메시지 4개가 있습니다".
'이건 뭐지?' 생각하면서도 별다른 의심없이 똑똑한 스마트폰이 시키는대로 했다. 읽지 않은 메시지를 보려면 네이트(nate) 임시보관함으로 가야 한단다. 정액제 이용자는 네이트에 접속하더라도 별도의 이용요금을 내지않아도 된다는 안내창도 나왔다.
요금부담도 없다고 하니 메시지를 안 볼 이유는 완전히 없어졌다. 네이트에 접속해 보관함이라는 곳을 클릭하자 갑자기 사진 4장이 떴다. 비키니 또는 실오라기만 살짝 걸치고 있는 아가씨들 사진들이었다.
아이들도 옆에 있는 마당에 계속 사진을 볼 수도 없는 상황. 재빨리 네이트에서 빠져 나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또 다른 메시지가 들어왔다. "[인포허브] 과금내역 안내 및 처리콜센터[유저데일리] 주말 및 주야간상담 1688-5370" 이라는 내용이었다.
"앗 이건 또 뭐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 직후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메시지 4개가 줄줄이 숨가쁘게 밀고 들어왔다. 내용은 4개가 다 똑 같았다.
"[인포허브] 2990원 결제/부가세별도/익월 SKT 요금에 합산청구[주식회사 유저데]."
허탈. 눈 몇번 깜빡이는 사이에 자장면 두그릇 값이 날아갔다. 급한 김에 몇일전 수능시험 보고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몰입해 있던 큰 아들에게 응급구호를 요청했다.
집안 최고의 전자기기 전문가인 아들은 "그런 하수에 당하다니…쯧쯧…그게 바로 소액결제 사기야. 아빠가 당한거야".
이런 우라질. 급한 김에 114 번호를 눌렀다. 전화를 받은 SKT 서비스센터 여직원에게 '이렇게 됐는데 이거 취소할 수 없냐'고 항의, 아니 읍소했다.
하지만 별무 소득. SKT 여직원은 "주말에는 분실신고 접수만 하고 그런 것은 주중 근무시간에만 하니 나중에 전화주세요"라고 침착하게 되뇌었다. 대기업 여직원의 차분한 말투가 사람을 그처럼 열불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하지만 방침이 그렇다는 데 어찌 하겠는가.
인포허브라는 곳에서 들어온 메시지가 떠올랐다. 과금내역을 주야간 상담을 해준다는 1688-5370 번으로 전화했다. 이번에는 아예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고 기계 안내음만 나왔다.
상담전화가 많아서 통화하려면 3~4분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대신 지금 전화를 끊으면 상담원이 시간이 되는대로 곧바로 전화를 준단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결국 통화도 안됐고 하루가 지나도록 인포허브 상담원으로부터 전화는 커녕 문자메시지도 한장 날아오지 않았다.
큰아들 만이 "이미 늦었다. 돈을 되돌려 받으려면 아마 회사로 찾아가서 고래고래 항의를 하거나 소송을 해야 할 것"이라고 안내다운 안내를 해줬다.
"대처수단이 거의 없는 주말오후를 조심해야 한다"는 큰 아들 말이 귀에 쩌렁쩌렁 울렸다. 아시안게임마저 재미없었다면 완전히 주말을 잡칠뻔 했다.
메시지에 등장하는 사기공범들인 인포허브와 주식회사 유저데, SK텔레콤을 상대로 힘겨운 소송전에 돌입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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