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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경영학 2] 여성주의자 노자를 누가 왜곡해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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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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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 노자(楚簡 老子)가 늦게나마 도굴꾼들에 의해 발견된 것은 역사에서 원본(原本)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해주고 있다. 2000년 넘게 노자(老子)의 도가사상은 후대 사상가들에 의해 본말이 전도될 정도로 훼손되어 온 것이다. 초간 노자는 형이상학적 철학서가 아니라 삶의 지혜를 제시하는 현실적 지침서로 정의할 수 있다. 노자는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의 정치사회적 문제를 다룬 사회과학서인 셈이다.

노자와 공자(孔子)는 BC 500년경 춘추전국시대를 함께 살았다. 그들은 혼란스러운 사회현상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해법을 찾아내고자 했다. 노자는 사회 병리의 근원이 국가 통치자에게 있다고 보았다. 왕(王)은 백성 위에 위선으로 군림하면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노자는 정치사회제도를 개선할 새 통치이념을 제시코자 했다. 그는 통치자가 자연스러운 무위(無爲)의 방식으로 나라를 다스려야만 나라에 질서가 생기고 백성도 평온하다는 정치철학을 주창했다. 이를테면 물이 만물에 생기를 주듯, 왕은 백성이 스스로 변화하고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치자의 지나친 개입이 국가효율성을 떨어뜨려온 게 역사적 진실이다.

반면에 공자는 도덕질서의 파괴가 사회 혼란의 근원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도덕질서를 회복해야만 사회 병리를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사회조직과 교육제도, 엄격한 관습을 중요시했다. 공자의 유가사상은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조상숭배(祖上崇拜), 그리고 예(禮)를 강조한 것이다. 유가사상은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의 정신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공자가 현실주의자이자 인간주의자, 남성주의자인 반면, 노자는 이상주의자이자 자연주의자, 여성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노자는 인간 세상을 넘어 우주의 근본을 탐구하고 자연친화적 무위를 강조한 것이다. 예컨대 노자는 주검숭배를 하지 않는 대신, 화장한 시신을 나무에 거름으로 주고 추모비를 세우는 수장(樹葬)을 선호했다. 당연히 남성 중심의 제사문화를 중시하지 않은 만큼 여성들의 고통도 덜했을 것이다.

노자와 공자의 사상체계를 비유한 얘기가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온다. 형(荊)나라에 활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었다. 그는 활을 찾으려 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형나라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형나라 사람이 주을 것인데 무엇하러 찾겠는가?” 공자가 이를 듣고 말했다. “형나라라는 말만 빼면 좋겠도다.” 노자가 공자의 말을 듣고 말했다. “사람이라는 말을 빼버린다면 더욱 좋겠도다.”

말하자면 형나라 사람의 사고 범위는 ‘내 나라’ 안에 그치고 있다. 공자 사상의 범위는 ‘인간중심’인 반면 노자 사상의 범주는 ‘자연’ 즉 우주에 미치고 있는 것이다. 노자는 불평과 불화가 가득한 인간 세상이 평화로운 자연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질문명의 발전이 자연과 정신세계의 황폐화를 가져오리라고 예견했던 것이다.

노자 사상의 핵심은 물처럼 자연스러운 인간생활과 자연 이치에 따르는 정치체제이다. 그가 주창하는 정치체제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이다. 작은 나라와 적은 백성을 의미한다. 국가의 행정조직이 작아야 하고 거대문명의 폐해가 적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가의 개입을 줄이는 작은 정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초간 노자 제1부 8장 시소보박(視素保樸)은 통치자는 소박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절지기변(絶智棄辯), 민리백배(民利百倍), 절교기리(絶巧棄利), 도적망유(盜賊亡有), 절위기려(絶爲棄慮), 민복계자(民復季子). 삼언이위변부족(三言以爲辨不足), 혹명지, 혹호속(或命之, 或乎屬). 시소보박(視素保樸), 소사과욕(少私寡欲). - 왕이 현혹시키는 계략과 말재주를 버리면, 백성은 백배나 더 좋아지고, 거짓과 탐욕을 버리면 도적이 사라지며, 일부러 하는 마음과 사사로운 걱정을 버리면, 백성은 저절로 어린 아기의 순수한 본성으로 돌아갑니다. 위의 세 마디 말을 왕의 준칙으로 삼기에 불충분함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명제로 정하거나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언제나 소박하라, 사욕을 줄여라.

결론적으로 통치자가 궤변을 부리지 않으면 백성에게 백배의 이익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곽영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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