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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엄마표’ 김치찌개를 첫손에 꼽는다. 자작자작한 국물이 일품이라 앉은 자리에서 밥 두 공기는 거뜬하다.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그런데 식성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나 보다. 요즘에는 마누라가 끓여준 김치찌개가 ‘엄마표’보다 훨씬 맛이 있으니. 참고로 마누라의 음식 솜씨는 음…. 집안의 평화를 위해 말줄임표로 대신하겠다.
얼마 전 모종의 루트를 통해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레지던트 이블4:끝나지 않은 전쟁’을 봤다. 2002년 1편이 성공한 이후 내리 4편까지 쏟아낸 할리우드의 전략 기획물이다. 개인적으로 기자 본인의 취향은 절대 아닌 영화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봤다. 대체 왜 그런 무모함을 발휘했는지. 자 지금부터 이 영화를 말하겠다.
기억의 저편에 머문 1편은 분명 꽤 괜찮은 ‘킬링타임’용 무비였다. 여기에 8등신 모델 밀라 요보비치를 액션 스타 반열에 올려놓는 수훈도 인정해 줘야 한다.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속편이 연이어 쏟아졌다. 물론 그만큼 무게감은 다이어트라도 한 듯 점점 가벼워지면서 말이다.
이번 4편의 스토리는 정말 간단하다. 엄브렐러 본사 잠입부터 이어진 결투 액션신은 마지막 대장과의 만남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된다. 영화보다는 게임에 가까운 스토리와 구성이다. 전례를 살펴봐도 게임 원작의 영화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혹시 ‘레지던트 이블’도 게임이 원작인가. 방금 전에 찾아보니 게임이 원작이란다. 원래 게임 쪽에는 문외한이라.
영화의 태생적 존재 가치인 액션과 CG의 볼거리를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한마디. 올해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인 ‘아저씨’에 길들여진 눈높이라면 ‘후레쉬맨’을 떠올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든다. CG 역시 별단 다를 바 없다.
그나마 기자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은 거금을 들여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는 것 정도. 3D 개봉관에서 관람한 관객들의 ‘안습’이 눈에 선하다면 오버일까. 100분에 가까운 상영시간 동안 플라스틱 안경을 쓰고 보는 수고를 덜어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아바타’로 불거진 3D 열풍이 이 같은 아류를 만들어 냈다는 게 영화 담당기자로서 책임감마저 통감케 한다. 물론 내 잘못은 아니지만.
기사 시작 전 김치찌개 얘기를 꺼냈다. 지난 금요일 마누라가 끓여준 찌개를 어제까지 총 4탕을 해 먹은 기자다. 맛있는 것도 계속되니 곤욕이더라. 기자의 비유가 비약 수준인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번 생트집의 핵심은 이렇게 끝맺으려 한다.
“재탕(2편)은 필수, 삼탕(3편)은 선택, 사탕(4편)은 이제 그만.”
잠시 빼먹은 내용이 있다. 4편 마지막, 대장과의 결투 뒤 새로운 보스가 등장한다. 혹시 5편의 암시일까. 이러다 100편까지 나오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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