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는 운전미숙으로 자동차 사고를 내 자신의 네 살배기 아들을 숨지게 한 10대 청년을 용서한 에마 우즈라는 30대 여성이 '올해의 뉴질랜드인'으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많은 사람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1991년부터 일간지 뉴질랜드 헤럴드가 매년 수여하는 이 상은 용기와 헌신, 지도력 등을 보여준 뉴질랜드인에게 주어지는 권위 있는 상으로, 올해는 37세의 '엄마' 우즈에게 수여됐다.
헤럴드는 우즈가 엄청난 비극을 겪었지만 사고를 낸 운전자를 진정으로 용서함으로써 갈등과 복수가 만연하는 사회에 감동과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11일 그녀를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우즈는 지난 5월 큰아들 제이콥(6), 막내 나얀(4)과 함께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인도를 걸어가다 애슐리 오스틴(17)이란 청년이 운전하던 자동차가 인도로 뛰어드는 바람에 나얀이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를 당했다. 우즈와 제이콥도 당시 상처를 입었다.
그녀는 그러나 법정에서 오스틴이 유죄를 인정했을 때 재판장에게 그를 감옥으로 보내서는 안된다고 요청했다. 또 오스틴에게 인생을 이번 일로 파멸시키지 말라고 당부하는 한편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오스틴을 따뜻하게 다독여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우즈는 헤럴드에 "분명히 그 같은 상황이 일어난 데 대한 분노의 감정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사고를 낸 오스틴에게 화를 낸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결국 그런 식으로 에너지를 쓰는 건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캐나다 태생으로 뉴질랜드 영주권자인 우즈는 비극에 직면했을 때 자신과 남편 던컨이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용서였다고 말하고 그러나 그것이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몇 개월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스틴과 그의 가족을 알면 알수록 그리고 그 같은 비극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알수록 그 같은 용서의 감정도 깊어갔다"고 덧붙였다.
우즈는 "남편이나 내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고, 문제를 더욱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지적이면서 사랑으로 충만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의 마음속에는 나얀이 살아 있다며 특히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함께 과자를 만들던 나얀이 이제는 가족들 곁에 없어 더욱 가슴이 아파온다고 말했다.
오스틴은 우즈 가족의 용서로 위험운전으로 인명사고를 내고도 사회봉사와 사회 구금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벌을 받았다.
심리학자 사라 채트윈은 우즈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는 인간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처럼 엄청난 비극 앞에서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사태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