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투자자들, 인플레 조짐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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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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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인플레이션 기대수치(BEI) 추이 / 금값 추이(단위 온스당 달러) / 중국 인플레이션 추이(%) 출처 톰슨로이터=FT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중국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중국은 인플레와 싸우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인플레를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금슬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플레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던 투자자들에게 두통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키스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치솟는 인플레는 기관투자자들의 주요 의제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극심한 인플레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1%로 2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물가상승률은 고공행진하는 식품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식품이 아닌 생필품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미국 투자자들은 경기 부양을 통한 인플레이션을 기대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물가 하락 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양적 완화 정책이 나온 바 있다.
 
미국의 국채금리는 지난 11월 6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QE2)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 크게 올랐다.
 
국채금리 상승폭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금리와 거의 부합한다. JP모건자산운용에 따르면 국채 금리가 상승한 기간에 물가연동국채 수익률과 명목국채 수익률의 차이인 BEI(Break Even Inflation)는 지금의 2.19% 부근에 가깝게 유지됐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같은 신호가 시장이 천천히 정상화되는 동시에 디플레의 '테일리스크(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가 줄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딘 커넛 매크로리스크어드바이저스의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이제 인플레 상승에 대비해 헤지하고 있지만 더이상 디플레에 대해 걱정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금융시장이 인플레 급등 위험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전략담당 패트릭 루벤은 "인플레이션이 3%, 4% 혹은 5%까지 오르게 되면 증시에 문제가 생긴다"며 인플레 급등은 주식이나 채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편 FT는 가장 즉각적인 위험을 받을 지역은 신흥시장으로 꼽았다. 중국의 물가 급등이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다 양적완화로 생겨난 값싼 달러들이 신흥시장으로 물밀듯 밀려들어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RBC캐피털마켓츠의 전략담당 니겔 렌델는 "미국의 방만한 재정이 신흥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유동성을 크게 증가시키고 또 신흥시장으로 흘러가 일부 국가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흥국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올해만 890억 달러에 달했다고 금융정보리서치업체인 EPFR글로벌이 전했다. 선진국 주식시장에서 유출된 자금은 790억 달러에 이른다.
 
이같은 자금유입으로 인한 인플레 위험은 아시아국가뿐만 아니라 브라질, 터키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터키정부는 최근 인플레가 7.3%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개인이나 기업이 다시 소비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거의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 버냉키 연방은행 의장이 "디플레를 결코 발생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확언하는 등 디플레 우려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디파 마즈무다르 JP모건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차 양적 완화와 연방은행의 장기 저금리 유지 약속으로 인해 인플레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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