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외환은행 노조가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하나금융 합병저지 진군대회'에 참석한 직원들이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비정규직들은 반대 투쟁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정규직 직원들은 일치된 모습으로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그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비정규직 중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노조는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투쟁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납부 금액은 직급별로 차이가 있으며 비정규직은 1인당 10만원을 내야 한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2007년 2차 투쟁기금 모금 당시 기금을 납부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추가 납부를 요청한 것”이라며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과 지점장들까지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는 좀 다르다.
고용안정·임금인상 등 비정규직들의 처우개선에 소극적이었던 노조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노조에 가입돼 있지도 않은 비정규직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영업점에서 텔러로 근무하고 있는 한 비정규직 직원은 “강제 사항은 아니라고 하지만 투쟁기금을 내지 않으면 애사심이 없는 직원처럼 여긴다”며 “1년 계약 후 3개월이나 6개월마다 계약이 연장되는 불안한 고용 조건을 생각하면 자발적으로 기금을 납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정규직 직원은 “비정규직은 투쟁기금을 내도 정규직과 달리 소득공제를 못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환은행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 동안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에 대해 무관심했던 노조가 단결을 외치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며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매일 전개되는 호소문 배포 등의 활동에 대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온도차가 느껴진다.
한 비정규직 직원은 “추운 날씨에 하루에 두 차례씩 거리에 나가 피켓 시위를 하고 호소문을 배포하다보니 많이 힘들다”며 “반대 투쟁을 전개하는 와중에도 계약이 만료돼 은행을 떠나는 비정규직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경영 능력이 없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라며 “조직 내에 잡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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