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분단 45년 만에 이뤄진 독일의 통일은 소련의 개혁·개방 정책과 국민적 공감대 속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진행된 독일 통일은 그만큼 많은 후유증을 동반하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줬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동·서독 간의 경제적 격차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였다.
통일 직전 동독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9703달러로 서독의 2만558달러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서독의 실질 성장률은 3.8%로 동독의 1.9%에 비해 2배나 높았으며 무역규모 격차는 13배에 달했다.
이 같은 경제적 격차는 동독 주민들을 짧은 기간내에 한꺼번에 서독으로 몰려들게 함으로써 실업률을 급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통일 이후 베를린을 제외한 서독의 공식 실업률은 2000년대 중순 10%를 웃돌았으며 동독의 경우는 실업자 비율이 20%에 달했다. 통일 이후 급증했던 독일의 실업문제의 부작용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동독이 서독의 경제원조에 크게 의존하게 되면서 동독 주민들의 자립의지가 약해져 '2등 국민'으로 전락하는 부작용도 생겼다.
통일비용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독일 할레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2009년까지 서독에서 동독으로 투입된 통일비용인 순이전지출(공공부문) 총액은 1조3000억 유로였다. 슈뢰더 베를린자유대학 교수는 이 지출액을 1조6000억 유로로 추산했다.
서독은 매년 GDP의 4~5%를 동독으로 보냈고 동독은 매년 GDP의 30~50%를 서독으로부터 지원받았다는 통계가 있다.
김석진 산업연구원(KIET)의 연구위원은 '독일통일 20년의 경제적 교훈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통일 과정에서 서독은 동독을 위해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로 오랜 기간동안 통일비용을 지출해야 했다"며 "지출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 같은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동·서독의 경제격차 해소가 빠르게 진행돼 통일의 결과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동독의 1인당 GDP는 통일 5년 후인 1995년 서독의 60%, 노동생산성은 66%, 1인당 소비지출은 74%에 도달했다.
과거 동독 주민들이 시장경제체제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체제 변화로 인한 통합의 걸림돌이 해소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앞으로 남북한의 통일이 추진된다면 독일과 비교할 때 양쪽의 국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통일비용 부담 등 후유증도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북한 간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차이는 18배로 동·서독의 2.1배에 비해 훨씬 많고 무역규모 차이는 224배나 된다.
염돈재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장은 '독일 통일의 과정과 교훈'이란 저서에서 "경제여건 면에서 동·서독보다 남북한의 격차가 훨씬 큰 반면, 인구와 면적은 독일보다 차이가 작다"며 "한반도 통일시 독일보다 통일비용 부담이 훨씬 힘겨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일의 기회는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사전준비를 통해 통일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나눔과 고통분담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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