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아직도 갈길 먼,'경찰 민중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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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1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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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辛卯年) 새해를 맞아 좋은 소식을 누구나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 민중의 지팡’인 경찰 전 총수와 현직 고위 간부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뉴스가 터져 나오면서 올해도 결코 순탄하게 넘기지 못하겠구나 하는 방정 맛은 생각이 든다.

지난해 G20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에 일조하면서 경찰은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믿음 받았다. 하지만 전 경찰총수가 비리 혐의로 검찰에서 수사를 받으면서 어렵게 만들어 놓은 신뢰는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함바집 운영권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 및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해 치안감급 이상 경찰 최고위 간부들의 굴비 엮이듯이 엮인 것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신년사를 통해 “부패비리 척결, 인권 친화적 경찰활동, 인사정의 실현 등의 과제는 결코 양보하지 않고 꿋꿋이 추진해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경찰 총수가 국민 앞에 약속한지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전. 현직 고위 간부들의 비리가 터져 나와 조 청장의 신년사를 무색하게 했다.

자정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동안 경찰 비리가 하위직에 국한된 줄 알았는데 이제 고위직까지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작 내부 비리를 감시하고 처벌해야 할 경찰 수뇌부마저 이 모양이다. 앞으로 경찰 조직에 대해 누가 개혁의 칼을 들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양대 경찰 전 총수가 검찰에 불려가는 모습을 TV 화면으로 보면서 국민들과 14만 경찰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경찰 수뇌부 등은 함바 비리 브로커 유상봉씨와 만난 적이 있다면 서도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수사 결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욕먹는 경찰이 되면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경찰총수가 돈을 받고 인사 청탁을 들어줬다‘는 혐의만으로도 변명할 수 없다.
경찰은 비리가 터져 나올 때면 ’자정 개혁‘을 외쳐 왔다. 하지만 비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말로만 하는 개혁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이제 경찰의 비리 가능성은 높은 자나 낮은 자 구별되지 않는다. 이제 자정의 대상은 경찰에 종사자 모든 직원이 해당된다.

경찰은 이번 전직 총수의 비리 의혹을 조직 쇄신의 큰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 해 왔던 식으로 넘어가려 한다면 더 이상 내부의 자정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경찰 수뇌부가 정해놓은 자정으로는 어렵다. 경찰 14만 명이 서로 감시자와 감시 대상이 되어 실시하는 자정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고위 공직자의 비리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공직자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거둬들였다.

근무시간에 상습적으로 도박장에 드나든 차관보급 등 ’카지노 공무원‘을 무더기로 적발됐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금품을 상납 받은 공기업 간부의 비리도 들어 났다. 여기에 청와대감찰 담당자도 비리에 연루됐다면 공직자에 대한 기강해이는 극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공직자의 비리 행위는 어떤 정권에서든 정권말기가 가까워지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

국민은 이번 경찰의 비리가 경찰에 국한되지 않고 전 방위에 포진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경찰청 한 간부는 검찰 수사결과에서 두 전직 총수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괴연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까. 국민보기 부끄럽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일선 경찰서 한 직원은 재임 기간 비리척결을 부르짖던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다니 배신감을 느낀다며 분개했다

그렇다고 지금 진행 중인 개혁의 고삐를 늦추자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내부 자정과 비리척결 없이는 국민으로부터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이다. 검찰도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빠지기 전에 하루빨리 철저하고 성역 없는 수사로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또 이번 일을 이용해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막는 기회로 이용해서도 안 될 것이다.


(아주경제 양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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