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북쪽 방향에 동쯔먼(東直門)이라는 곳이 있다. 서울에 비하면 청량리쯤이나 될까, 교외로 나가는 교통요지로 휴일이면 이곳 일대에 등산 낚시 동호회 버스들이 크게 붐빈다.
등산 낚시족뿐만 아니라 레프팅, 번지점프, 고고학 연구회 등 레저와 학술 연구를 겸한 모임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휴일 새벽부터 이곳에 모여 버스를 타고 야외로 떠난다.
회사 산악반 행사에 참가하거나 관광사들이 주관하는 등산 여행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 또 한편에는 개인 인터넷 사이트가 모집한 번개 나들이족도 있다.
2009년말 어느 토요일 이른 새벽 동쯔먼 지하철역 부근. 전날 저녁 전화로 간단히 인사를 나눴던 천(陳)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자 마자 ‘바로 나다’며 누군가 바로 곁에서 전화를 받았다. 얼마전 소오대산 등반에서 만난 중국 친구가 가르켜 준 인터넷 동호회 카페지기 천씨였다. 직장인인 그는 인터넷카페를 통해 주말이면 실비를 받고 등산 레프팅 등 레저 활동을 주관했다.
30대 중반의 천씨는 "최선생이냐"며 반가움을 표시한 뒤 미리 귀뜸한 여권을 가져왔는지 확인한 뒤 150위안의 참가비를 수납하고 차에 오르게 했다. 40석이 좀 넘을 듯한 대형 버스안은 이미 야외복 차림의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천 선생은 통로에 서서 오늘 활동이 베이징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퍄오류(漂流 레프팅)'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넷에서 번개 모집하는 형식이다 보니 '묻지마 관광’처럼 참가자들은 나처럼 혼자인 사람도 있고 둘 또는 삼삼오오로 모두 제각각이었다.
옆쪽 좌석에 앉은 취(曲)씨는 IT 전자 대기업인 롄통(聯通)에 다니는 올드 미스로 단짝 친구와 함께 이번 레프팅 활동에 참가했다. 그녀는 맑은 공기와 싱그러운 풍경도 좋고, 기력을 충전하는데 딱 좋다며 주말 야외 나들이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롄통에서 통신 부가서비스 관련 일을 합니다. 신규 서비스가 나올 때면 일이 정말 힘들어요. 일이 많지만 대우도 좋고 우리사주도 받았고, 그럭저럭 만족스러워요."
버스 통로 앞에서는 인터넷 동호회 책임자 천 선생이 여전히 차내 마이크를 잡고 오늘 하루 활동의 일정과 레프팅의 주의사항을 당부하고 있었다.
“양로추알(양꼬치)과 만터우(맨 밀가루빵)가 준비돼 있으니 내리면 숫불에 구워 콜라와 함께 드세요. 그리고 ‘안취앤띠이 카이신 띠얼(안전이 제일이고 재미는 그 다음입니다.)’아시죠.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세요.”
천 선생의 말을 패러디해 취씨는‘카이신 띠이, 궁쭈오 띠얼(일보다는 행복이예요)’이라고 말하며 나를 보고 웃었다. "저는 행복이 인생의 최고 목표라고 봐요.” 그녀는 자기말에 동의하냐는 듯 한참동안 내 얼굴을 응시했다. 우리는 인생의 가치와 행복의 의미, 직장과 여가활동, 이런 것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취씨는 활동을 마치고 헤어질때 “괴로워하지 말아요. 행복은 마음속에 있어요. 얼굴 펴고 많이 웃으세요” 그녀는 마치 인생 상담사처럼 이렇게 말하며 작별인사를 고했다. 돌아서서 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꾀나 경쾌해 보였고 나는 오랫동안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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