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사무총장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한 이튿날인 이날 연합뉴스와 단독으로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총선을 통해 구성된 의회가 이번 민주화 시위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단호하게 말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체제의 노골적인 야권 탄압과 부정 속에 치러진 지난 총선에서는 집권 국민민주당이 전체 의석의 83% 이상을 차지했으며, 친정부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까지 합치면 여권의 의석 점유율은 90%를 훨씬 초과한다.
무사 총장의 "총선거 재실시" 발언은 이 점에서 당연한 듯 보이면서도 그만큼 근본적이고 철저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것이다.
무사 총장은 또 "군은 앞으로 건설될 새 이집트 사회의 보호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 무바라크의 권력을 넘겨받은 군부가 과도기를 관리만 할 뿐 직접 군사정부 수립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이집트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부상한 `군 최고위원회'는 스스로 발표했던 것처럼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이 위원장을 맡은 군 최고위원회는 지난 10일과 11일 이른바 `코뮈니케' 1호와 2호 성명을 통해 "시민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올해 하반기에 대선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무사 총장은 또 차기 대선의 출마 문제에 대해서는 "수주일 혹은 여러 달 뒤에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고 이집트의 보통시민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때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 신중하서도 대선 출마 포석을 놓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집트 정부가 1954년부터 불법 조직으로 규정한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을 합법화하는 데에도 사실상의 지지 의견을 나타냈다.
무사 총장은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지난 5일 야권 단체들과 협상하는 자리에 무슬림형제단도 초청했기 때문에 더이상 이 단체를 불법 조직으로 볼 수 없다면서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정계를 구성하는 여러 그룹과 기관, 단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해온 무사 총장은 그러나 이집트가 1979년에 이스라엘과 체결한 평화협정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혀 미국과 서방, 이스라엘 등을 일단 안도시키는 `외교적 자세'를 보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되자 이집트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1979년 평화협정은 깨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미국 등은 무슬림형제단 등 종교 기반 세력이 집권하면 반(反)이스라엘, 반미(反美) 정책을 추구할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무사 총장은 향후 이집트와 한국 간의 관계가 "발전적으로 진전될 것이며 나는 한국과의 건설적인 관계를 바란다"면서 "한국은 위대한 나라며, 새 이집트는 민주주의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사 총장은 1991년부터 10년간 이집트 외무장관을 지낸 뒤 2001년부터 지금까지 22개 아랍권 국가를 대표하는 기구인 아랍연맹을 이끌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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