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선사인 시스판(Seaspan)이 1만 TEU급 컨테이너선 40척을 발주할 계획을 세우고, 이 가운데 조만간 발주할 10척을 중국 조선소와 협상하고 있다.
1만 TEU급 컨테이너선의 선가가 1억1000만 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스판의 발주 프로젝트 금액은 45억 달러(한화 약 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현재 시스판과 중국 조선업체는 선가 문제로 협상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판은 척당 9500만 달러 제시한 반면, 중국 조선소는 시세보다 낮다는 이유로 계약 체결을 미루고 있다.
이어 “급할 것이 없다. 우리는 참고 기다릴 것”이라며 “제대로 된 가격이 제시될 때까지 기다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시스판이 한국 조선소들과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스판의 이번 프로젝트 자금 대부분을 중국 은행들이 지원했다”며 “중국 은행들은 이를 빌미로 시스판이 자국 조선소에 발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6월 브라질 철광석업체 발레(Vale)가 자국 조선소인 룽셍중공업에 발주한 ‘초대형 운반선(VLOC)’ 12척의 건조비용 가운데 80%인 12억3000만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시스판이 이번에 발주하는 컨테이너선은 기존 동급 선박의 무게 보다 8% 가량 가볍고, 컨테이너박스 400개를 더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세계 각국의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첨단 기술 및 설계 기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즉 시스판이 한국 업체들에 비해 기술 경쟁력이 뒤쳐진 중국 조선소에 발주를 꺼리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은 지난해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면서 자국업체를 비롯, 한국, 중국 조선소들과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이 선사는 기술력에 앞선 삼성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을 선택했다.
올해 해운 시황 악화에 따른 상선 발주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이번 시스판의 5조원 프로젝트를 놓고, 한국과 중국 조선업체들의 자존심 대결도 막이 올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