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이어질 마사회의 교배지원 사업이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사상 앞에선 마사회 직원, 농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명마(名馬) 탄생을 갈망하는 ‘무사고 기원제’도 진행됐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말들의 교배 과정을 자세하게 공개하는 날이다. 수십억대 메이저급 씨수말이 총동원 된다고 했다. 모두 11두의 씨수말이 제주농가 114호에서 기르는 말에게 무료로 우수한 혈통을 전파하게 된다.
비운의 주인공도 등장한다. 본격적인 교배에 앞서 분위기를 돋우는 ‘시정마’가 그 주인공이다.
시정마는 씨수말의 교배에 앞서 씨암말에 접근해 사랑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는 숫말을 말한다. 시정마는 넓은 복대를 한 채로 입장해 씨암말을 유혹한 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관리사에 의해 밖으로 퇴장 당한다. 폼만 잔뜩 잡다 쫓겨나는 처량한 신세다.
시정마가 퇴장한 뒤 25억 2000만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피스롤즈’가 첫 타자로 등장했다. 짝은 강춘기씨 농장에서 키우는 씨암말인 ‘속도보은’.
피스롤즈는 미국에서 씨수말로 활약하다 지난해 1월 제주경마본부에 둥지를 틀었다. 2000년 생으로 3세 때 G1 경주인 하스켈 인비테이셔널과 블루 그래스 스테이크스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해 컨더키더비에선 3위를 차지했다. 4세 때에는 서벌반 스테이크스 G1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총 전적 19전 9승, 준우승 두 차례로 308만달러의 상금도 획득했다.
씨수말 데뷔 이후 피스룰즈는 2008년 북미 씨수말순위 2세마 부문 35위, 북미 통산 데뷔 1년차 씨수말 순위 9위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도 북미 씨수말 순위 2세마 부문 43위, 북미 통상 데뷔 2년차 씨수말 순위 11위를 차지했다. 자마 우승비율 62.5% 기록도 세웠다.
교배 직후엔 씨수말의 정액을 채취해 정밀 현미경을 통한 ‘정자 활성도’를 확인한 후에야 모든 과정이 마무리 된다.
제주경마본부 남병곤 본부장은 “마력(馬力)과 과학의 힘이 합쳐진 교배지원 사업”이라며 “내년 이맘쯤에는 우수한 망아지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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