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여야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기습 처리한 정치자금법 개정안 문제다. 여론의 반발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긴 했지만,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정자법 개정안은 이미 작년 말 "입법로비에 면죄부를 주는 소급 입법"이란 이유 때문에 여야 합의 처리 시도가 불발됐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이번에 법 개정에 ‘한 배’를 타게 된 것은 ‘청목회 사건’ 이후 법인·단체의 소액 후원금이 아예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물론 소액 정치후원금 활성화를 위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적법한 토론과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진 이번 법 개정 시도는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
더구나 정자법 개정안 의결 당일 공교롭게도 ‘국회의원의 당선무효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접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 후보자의 부모나 자식 등의 직계가족의 잘못 때문에 의원직을 박탈하는 건 ‘연좌제’에 해당한다는 게 법안 발의의 이유였지만,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의 불법 선거운동을 방치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 잇속 챙기기’란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 법안에도 여야 합쳐 모두 54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2월 임시국회가 열리자 민생대책 마련에 역점을 두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3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지금 국민은 국회로부터 입법권을 남용해 불신을 자초한 사태만을 기억할 뿐이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이 문장을 기억할 것이다.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 그 의미를 되새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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