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기업들이 스피드경영과 연구개발 강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근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핵심인력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들 인재가 지방근무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천안·탕정에 위치한 삼성전자 LCD생산라인에서는 생산직을 제외한 연구개발 인력들이 기흥에 새롭게 마련된 DS 연구동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미 연구관련 인력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흥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개발 등 생산부문 엔지니어들은 천안·탕정 사업장에서 근무한다. 교육 등 인프라가 부족해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서울·분당 등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일부는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생활을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연구인력들의 연구효율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연구인력 확충에도 어려움이 크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에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구소를 짓고 있다. 이 연구소는 내년 5월 께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인력들이 경기도 용인과 수원을 근무지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근래들어 삼성전자가 이들 지역에1만5000명 수용규모의 연구소를 짓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같은 연구인력들의 수도권 편중이 현장에서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초사옥의 인력 가운데 필요한 일부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임직원을 현장 생산라인으로 배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개발과 관련된 연구인력들이 수도권 연구소에서 근무한 사례가 있지만 현장과의 호흡이 떨어져 효율성이 저하됐다”며 “이번 연구소가 신축되고 기존 연구인력의 용인·기흥 유입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이같은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울대 연구센터 △가산모바일핸드셋 R&D센터 △백색가전 중심의 가산 R&D캠퍼스 △소프트웨어·시스템반도체 등 차세대 IT를 연구하는 서초 R&D캠퍼스 등 서울에만 5개 연구소를 확보한 LG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유리한 인력수급 입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연구인력이 서울에 편중돼 생산라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마케팅 우선주의 등으로 인해 지난해 LG전자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수장으로 취임한 구본준 부회장 역시 ‘빠르고 독한’ 경영을 강조하면서 현장경영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한편 기존 지방 사업장의 바닥민심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지자체 선거에서 수원지역 후보자들은 ‘천안으로 간 삼성전자를 다시 수원으로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천안.탕정은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업장이 있는 구미 등 역시 대기업의 추가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높은 생활수준을 갖고 있는 연구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탕정의 한 지자체 의원은 “대기업을 유치하면서 많은 특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은 혜택을 받고있으면서도 지방 사업장을 단순한 생산기지로만 활용하려한다면 부정적 지역 여론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했다.
스피드경영을 위한 현장 강화와 연구인력 확보를 위한 연구인력의 수도권 이동, 병존할 수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두가지 숙제를 풀기 위한 전자기업들의 고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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