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모든 게 북한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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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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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워싱턴D.C. 송지영 특파원) 리비아가 연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군 폭격기의 공격을 받고 있다. 카다피가 반정부 시위대를 무차별 학살, 더 나아가 전투기로 폭격, 유엔에 의해 비행금지구역이 선포되어 공항, 군사시설 등이 집중 포격받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번 군사 작전을 위해 결의한 것은 ‘국민보호책임(R2P: Responsibility to protect)’으로 무력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한다.

유엔이 결의한다해서 앞으로 항상 이렇게 ‘무력 해외 원조’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고, 과연 누구를 위한 무력 원조인가가 명확하지 않을 때도 있다. 지금 이 논조를 카다피를 비롯한 독재자들도 도용하고 있다. 중국은 벌써 공습을 중단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리비아 공습은 올들어 이어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의 민주화 운동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튀니지, 이집트에서 수십년만에 독재자가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거리로 뛰쳐나온 민의를 믿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이를 막는 것이 독재 정권이라는 결정이었다. 이같은 전제 하에서 리비아는 유엔이 무력 원조까지 갈 수 있었다. 앞의 두 나라는 시위 과정에서 인명 피해는 있었지만 권자에 있던 독재자가 카다피처럼 군대를 본격적으로 동원하지 않았다. 리비아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이제 문제는 북한이다. 리비아 공습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북한은 대뜸 핵무기 이슈를 들이댔다. 리비아는 핵무기를 도입하려다 미국의 설득에 못이겨 포기했다. 당시 리비아의 카다피는 전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지금의 카다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북한은 “리비아가 공습 당한 것은 핵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리비아 공습을 목도한 자신들은 이제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은 당연 “리비아 공습은 핵포기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이나 북한에서 만일 리비아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전망해 볼 수 있다. 중국의 내부 소요(민주화 시위 등)가 심해져 천안문 사태 같은 일이 대규모로 벌어진다면 미국이 유엔을 등에 업고 중국을 공습할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중국의 위상과 규모를 생각할 때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떻게 될까. 핵을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소요가 벌어져, 김일성-김정은 부자가 북한 인민을 살육하기 시작한다면 미국은 어떻게할까? 어려운 질문이지만, 북한 공습 가능성은 중국과 리비아 공습 가능성의 중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북한의 위험성을 감안할 때 공습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중국이 중간에서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공습 가능성은 또 낮아지는 아주 묘한 설정이다. 그만큼 북한 자체와 북한의 핵 이슈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매파나 우파 모두 정답을 갖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벌써 30년이 넘어버린 일이지만 한국에서도 지난 1980년 신군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대규모로 학살한 일이 있었다. 당시 미국은 지금의 중동 민주화 사태에 대처하는 모습으로 한국 사태를 대하지 않았다. 이후 중국이 개방되고, 소련이 무너지는 등 전세계적으로 상황이 너무 달라진 것도 미국 정책 변화의 주요 이유다.

그러나 단 하나, 북한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한국 민주화에 미국이 큰 기여를 하지 못한 것은 한반도의 분단과 남북 대치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은 공공연하게 자신의 이해 때문에 해외 독재 국가들을 지원해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찌보면 남북 북단, 특히 변하지 않는 북한 때문에 한국은 민주화나 정치/경제 선진화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본 나라다. 모든 게 북한, 넓게 보면 분단 때문이다. 서방 연합군의 북한 공습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일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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