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김중수 총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 올리면서 2년여 만에 금리가 3%대로 진입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통화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본 강진과 중동발 악재 등 대외 변수가 겹치면서 환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와중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이용섭 민주당 의원 등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보다 환율정책이 주효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 외에도 지난해 한은의 통화정책이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다수 있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해 7월과 11월, 올해 1월과 3월 등 4차례에 걸쳐 총 1%포인트의 금리를 인상했으나 소비자 물가는 10월 4.1%, 지난달 4.5%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성장 지상주의에 빠진 정부 눈치를 보느라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노무라나 ING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한은의 기준금리 사인이 불분명하다고 불평을 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한은의 독립성 훼손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한은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보냈다는 ‘VIP브리프’가 발단이 됐다.
한은이 추진하는 정책에 정부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은 노조는 지난달 집단행동을 하는 등 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 기획재정부의 예산승인권 남용 등을 들어 한은의 독립성 회복을 꾸준히 요구하며 김 총재와 마찰을 빚었다.
다음달 1일이면 김 총재가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선제적인 물가안정 방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는 물가나 경기 중 한 쪽을 포기해야 하는 양날의 칼이지만, 일본 지진이나 리비아 사태 등 대외 변수가 많은 지금 하나만 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금통위가 앞으로 의사결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물가만 보고 금리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가계부채와 글로벌 경제 불안 등 대내외적인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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