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철강업체들이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가격결정을 미루면서 자동차, 조선 등 연관 제조업체들도 혼선을 빚고 있다.
◆포스코 영업이익률 ‘반토막’
포스코는 가격인상 발표 시기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지난 주초가 유력했지만 최종 승인이 늦어지면서 창립기념일인 지난 1일 오후께 가격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날에도 가격인상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주 발표가 유력해 보이자만 확실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1일 가격인상을 발표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격인상폭과 시기를 놓고 관련부서가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철강제품 가격을 17% 가량 올리기로 했던 포스코의 가격인상폭에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상된 주문투입 적용일도 7일에서 14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포스코가 이처럼 가격인상 연기하는 것은 최근 정부의 가격 통제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업체들은 포스코의 공급기준가격을 참고해 가격인상폭을 결정한다”며 “물가 잡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포스코의 가격인상폭과 시기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포스코는 철광석, 유연탄 등 원료값이 급등했음에도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제품가격을 동결해 왔다.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률은 평소보다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관업체들도 가격정책 줄줄이 연기
연관 제조업체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강관, 냉연 등 중간 수요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철강재 수요가 많은 기업들도 정책 결정에 혼선을 빚고 있다. 포스코의 가격인상이 지연되면서 내수, 수출 등 각종 정책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선주들의 발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선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가격이 결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선뜻 선주들과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이상 버틸 수 없다”
한편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에도 한계 상황에 이른 기업들은 제품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부터 북미 시장에 내놓을 일부 생활가전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이집트 사태로 수출 피해를 겪은데다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으로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이들 업체의 설명이다.
건설경기 침체, 원자재 상승 등 ‘이중고’를 시멘트 업체들도 제품가격을 인상했다. 쌍용양회는 시멘트 가격을 30% 인상을 발표하고 각 대리점에 관련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이밖에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등 다른 업체들도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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