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8일 제주도 지하수심의위원회는 ‘지하수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 용량을 매월 3000t에서 9000t으로 늘려주기로 결정한다. 앞으로 제주도의회 동의만 거치면 지하수 증산이 허용된다.
논란의 시작은 한국공항이 도에 내는 물값. '제주삼다수'와 똑같은 품질인 제주지하수를 뽑아내 먹는 샘물로 팔면서‘푼돈’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공항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한진 퓨어워터'를 시판하고 있다. 1.5리터 12병이 들어 있는 한 상자를 1만5000원이란 고가에 팔고 있다. 택배비를 뺀다 해도 제주삼다수보다 2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또 항공기 기내와 한진그룹 계열사에도 납품하고 있다. 국내시장을 평정한 제주삼다수와 똑같은 품질의 지하수다.
한국공항이 지하수 사용료로 얼마를 낼까. 제주에서 먹는 샘물로 사용하는 지하수 원수대금은 t당 2130원이다. 한 달 사용한도 3000t을 가득 채운다 해도 639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 한국공항은 시험취수까지 포함해 3만6125t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8660만원을 지하수 원수대금으로 냈다. 또 수질개선분담금 8400만원, 지역개발세 1804만원도 지불했다. 모두 합해도 1억8864만원만 낸 셈이다. 물값도 특혜를 줬는데 3배나 증산시켜주게되면 또 다른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하수의 공익적 사용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제주삼다수를 독점 생산하는 제주도지방개발공사는 제주도가 주인인 지방 공기업이다. 수익금은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반면 한진 퓨어워터의 수익금은 그대로 한국공항으로 들어가는 탓이다.
제주도개발공사의 경쟁관계가 될 민간기업을 키워준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항공은 물량만 확보되면 언제든 먹는 샘물 시장 공략에 나설 준비가 돼 있기 때문.
제주경실련 한영조 사무국장은 “한국공항이 본격적으로 먹는 샘물 시장에 진입하면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재인 물을 민간기업이 사유화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국공항(주) 관계자는 “지하수 취수 물량이 제한돼 기내 공급량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내시장에서 제주삼다수와 부딪힐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우린 제주도개발공사와 비교할 수 없는 해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며 “(물량이 확보되면)세계 먹는 샘물 시장에 개척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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