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현혜 기자)대전에 위치한 한국 과학기술원(KAIST 이하 카이스트)에서 7일 오후 올 들어 4번째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학생들은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며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대자보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학교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적나라하게 표현한 대자보.
과연 카이스트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7일 오후 1시20분쯤 인천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카이스트 수리과학부 2학년 휴학생 박모(19) 군이 숨져 있었다. 경찰은 폐쇄회로 TV 확인결과 박군이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카이스트 4학년 장모(25)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 들어서만 KAIST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월 전문계고 출신인 '로봇 영재' A(19)씨가 숨진 것을 시작으로 2명의 과학고 출신에 이어 또 영재학교 출신 학생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자 KAIST 내부 구성원과 학생들은 모두 실의에 빠져있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의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서 서 총장은 "성적 미달자 수업료 부과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네티즌은 연이은 자살사건이 서남표 총장이 추진한 ‘성적 미달자 수업료 부과’ 때문이라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카이스트는 성적 미달 학생 10% 내외에 등록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데 이 문제로 구성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카이스트 대자보에는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사천학우다'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등 서남표 총장 취임 후 추진 중인 일련의 개혁정책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이 학생은 "학점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적었다.
한편, 서울대 조국 교수가 서남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 교수는 8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KAIST 학생이 네 명 자살한 후에야 서 총장은 '차등 수업료제' 폐지를 발표했다. 학생을 '공부기계'로 만들려고 수업료로 위협하며 비극을 낳게 한 장본인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남겼다.
또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는 한 교사는 조 교수의 트위터에 "아침 7시 40분에서 밤 11시까지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는데, 늦은 밤까지 무한 경쟁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제 자신을 반성한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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