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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제3의 길을 묻다] 정부의 ‘스마트 리더십’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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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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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전세계 240여개국 중 34번째에 해당한다. 한국은 이제 먹고 살 만한 나라란 의미다.

지난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였던 한국이 이만큼 살게 된 데에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정부는 체계적인 경제정책을 수립해 유발 효과가 큰 산업에 자본을 집중, 한국의 성장을 주도했다. 한국형 성장 모델은 현재 제 3세계 국가들에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였음에도 정부는 과거의 성장경제에 대한 ‘추억’에 사로잡혀 있다.

여전히 집중 투자산업을 선정해 재정을 투입, 낙수효과가 생기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전교 10등 학생에게 100등짜리 교육을 시켜놓고 성적이 오르길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같은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키워 잠재력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역할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정부주도 성장시대의 ‘종언’

14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교육과학기술부 등은 신성장동력 10대 과제를 선정해 올 한해 6조5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선정한 10대 과제 후보는 △4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반도체 △IT융합병원 △천연물 신약 등 바이오 △소프트웨어 등 문화콘텐츠 △전기차 및 기반 인프라 △해상풍력 △박막태양전지 △건물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 △물처리기술 및 시스템 등이다.

이들 과제는 고용창출 등 산업유발 효과가 적어 ‘신수종’으로 보기 어렵다. 과제의 목표도 기존에 있던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고민 끝에 선정한 과제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한국 경제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의미다. 또한 더 이상 육성할 산업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가 성숙해 질 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며, 앞으로 정부의 리더십을 통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시민의식과 정치권력의 변화도 정부주도 경제성장을 제한한다.

197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과 비교하면 현재는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됐다. 정부의 성향이 과거에 비해 부드러워진 만큼 과거 철권통치를 통한 자본축적과 일방적 경제정책 주도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국민소득이 올라 삶의 질이 높아진 만큼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구호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 권투 세계챔피언이 없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 정치구호에 매몰된 경제정책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성장 주도형 경제정책에 빠져있다. 이는 정부의 관성 및 정치논리가 경제정책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녹색산업’이다. 정부는 녹색산업을 신수종 산업으로 선정, 지난 2009년부터 상당 규모의 금융지원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책금융공사, IBK기업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이 녹색기업에 대출을 벌였지만, 대다수 금융기관은 녹색산업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연구결과 현재로서는 녹색성장의 파급효과나 유발효과는 전무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방공항 건립 문제도 마찬가지 사례다.

3567억원을 투입해 지난 2002년 문을 연 양양국제공항의 경우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란 정치권의 압박 속에 건립됐지만 지난 9년동안 7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는 운영사인 한국공항공사가 지게 되며 이는 결국 국가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의 경험부족도 효과적인 경제정책 집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다수의 건설·조선사들이 극심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며 줄줄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정부는 기존의 기업회생절차를 보완한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이들 기업의 줄도산을 막았다.

기업 도산에 따른 경제충격을 최소화한 긍정적 기능도 있었지만 오히려 좀비기업을 양산,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제한해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높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보고서에서 “좀비기업 정리를 통해 창조적 파괴과정이라는 시장경제의 경쟁원리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며 “보호위주의 중소기업 정책기조가 잘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육성정책 기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만 짜온 정부가 리스크 관리 및 경제체질 개선에는 미숙하다는 얘기다.

◆ 돈 버는데 혈안된 정부… 성장 잠재력 제한

정부의 재정정책 또한 문제로 꼽힌다.

정치 논리로는 경제를 살리고 세금을 줄여야 한다. 이는 경제 논리로는 다소 모순된 이야기다. 정부는 이 모순된 두가지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 정부 차입을 늘리거나 공공기관에 부채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27개 주요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271조951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4조2491억원(14.4%) 증가했다. 지난 2007년 156조5514억원에 불과하던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271조9511억원으로 지난 3년간 73.7%나 증가했다.

지난해 국가부채 역시 전년보다 33조2000억원 증가했다.

또 정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금'인 간접세로 세수 확충에 나서며 전체 국세 수입 중에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현재 52.14%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05년 52.4%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사회복지기금이나 연금 등에 대한 민간 부담을 키우며 비소비지출(세금·건강보험료·국민연금·이자 등 경직성 비용) 비중은 지난해 2분기 말 현재 18.60%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의 이 같은 재정 정책은 소비지출 감소 등으로 이어져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재정정책 전문가는 "의료비, 노령화에 따른 복지재정이 증가하는 등 돈 쓸 데는 계속 늘어나는데 돈 나올 구멍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문제는 재정부담이 커지면 앞으로 경제성장세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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