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구 삼성-두산전서 8회 진행 도중 변압기의 고장으로 갑자기 조명이 꺼지자 선수들이 철수하고 있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16일 오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간의 경기가 열린 대구 야구장에서 갑작스려운 정전 사태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는 황당한 헤프닝이 벌어졌다. 종료되지 않은 경기는 17일 계속된다.
두산이 3-2로 앞선 8회초. 두산 선두타자 정수빈이 기습번트 이후 1루로 뛰어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대구구장 전광판과 조명탑의 조명 일체가 꺼졌고 경기는 중단됐다.
이후 20여분이 지나 덕아웃 등 건물과 우측의 조명탑에 전기가 돌아왔지만 좌측의 조명탑에는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급기야 심판진은 30분이 넘는 장고 끝에 오후 8시16분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결국 정수빈의 기습번트는 '노플레이'가 선언됐다. 당시 경기 정황상 세이프가 유력했지만, 당시 플레이가 끝나지 않았고 심판의 최종 판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수빈은 아까운 내야안타 1개를 잃은 셈이다.
삼성 구단은 이날 심야에 "대구구장 인근의 건물은 괜찮다"며 "야구장 내 메인 변압기의 고장으로 인해 야구장 내의 전원만 다운됐다"라고 이날 8회 정전 이유를 밝혔다.
1948년 건립된 대구구장은 노후한 시설로 많은 관계자와 야구 팬들로부터 수없이 질타받던 구장이다. 작년에는 전력공급 문제로 프로축구 대구FC 경기와 동시에 개최하기 어려워 경기 시간을 조정한 사례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 경기 중 '서스펜디드(suspended) 게임'은 이번이 6번째다.
'서스펜디드 게임'은 우천 연기처럼 경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지정일에 전날 진행 못한 이닝 이후 경기를 재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마무리짓지 못한 경기는 17일 오후 3시 17일 정규경기(5시)에 앞서 펼쳐지며 일반 더블헤더와 달리 앞선 경기에도 연장전이 적용된다.
가장 최근 서스펜디드 경기는 1999년 10월 6일 전주 쌍방울-LG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1회 조명시설이 고장난 경우로 익일 경기가 속개됐다. 이 경기는 쌍방울의 7-5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중단된 경기는 17일 오후 3시에 같은 장소에서 8회초 두산 공격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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