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코스닥 22개사, 유가증권 6개사로 총 28개 기업으로 이들의 표면상 상장폐지 이유는 경영악화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 경영진의 대규모 횡령과 배임이 감춰진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처럼 횡령과 배임의 주체가 대표이사나 등기임원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배후 인물들이 횡령의 주체인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상장이 폐지된 많은 기업들은 속칭 '바지 사장'이라 불리는 대리인을 내세워 불법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정리매매 기간 동안에도 저가 주식을 대량으로 취득, 기존의 치부를 적당히 넘기려 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악용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회계사의 의견 번복에 따른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제일창투의 소액주주들은 정리매매 기간에 대주주가 저가 대량 매집을 통하여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 한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대규모 횡령 배임에 의한 상장폐지로 대표이사가 자살한 씨모텍도 소액주주들의 법적 소송이 장기화될 것이라 판단, 회사 측이 이를 악용한다고 주주들이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리매매가 진행 중인 오라바이오틱스는 회계법인에게 감사받은 재무제표조차 수령하지 못해 재무제표 승인을 안건으로 하는 주주총회가 연회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주주나 채권자들에게 적절한 설명조차 없이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공시하여 수많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정상적이고 건실한 회사가 일시적 유동성 악화로 인한 부도를 막는 것을 방지하는 등의 목적으로 제정된 기업회생절차의 긍정적 측면을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과거 대형 게이트 연루자와 최근 저축은행 부실 관련으로 인해 구속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여전히 실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지목, 금융 당국의 조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오라바이오틱스 이상석 대표는 "상장 폐지는 회사와 직원들을 위해 대표인 내가 결정했다"면서 상장 폐지의 주요 원인인 자회사 담보주식 실종과 관련해서는 "대주주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대주주를 비롯해 전임자들을 고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석 대표는 "대주주가 누군지는 회사 대표인 자신도 알지 못한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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