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이용편의·진료 비용 등 절감 기대”
- 양방 의료계 반발 관건… “신중한 검토 필요”
(아주경제 이규복 기자)양·한방 의사들이 함께 개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다.
병원을 찾는 환자가 한 곳에서 양방과 한방 치료를 같이 받을 수 있다는 점과 검진 비용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에서 분명한 명분은 있다. 하지만 양방 의료계의 반발이 적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지난 2009년 정부 주도로 20년 만에 국내 의료법이 대폭 개정된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원 급까지 양·한방 협진을 전면 허용할 방침이었지만 양방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쳐 병원 급까지만 허용하도록 법안을 수정했다.
이 법안은 2009년 1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1월말부터 시행되고 있다.
◆발의 2년 만에 상임위 상정
‘면허 종별이 서로 다른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공동으로 하나의 장소에서 면허 종별에 따른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주요내용이다.
이 법안은 민주당 박은수 의원이 지난 2009년 6월 대표발의 한 법안이다.
서류창고에 묻혀 있다가 약 2년 만에 빛을 본 셈이다.
박은수 의원실 조원준 보좌관은 “진료비용 절감과 국민편의 차원에서 명분과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한방은 물론 양방 의사들도 협진의 효과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보좌관은“정부 주도의 의료법 개정 때도 그랬지만 법안 통과의 관건은 양방 의료계의 반발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렸다”며 “비용이나 안전성 차원이 아닌 직역간 정치적 갈등 때문에 반대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양방 의료계는 양?한방 협진이 아닌 의료일원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의학을 별도의 의학이 아닌 양방의학 내 한방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5년째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용상 광주미래아동병원장은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유 위원장은 책을 통해 “허준으로 대표되는 허구적 전통, 공상적 과학론, 폐쇄적 민족주의를 극복하는 길만이 국민의 지적수준을 선진화하는 길”이라며 “아울러 무수한 비과학적 의학이론의 경제적 수탈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생각은 양방 의료계에 만연하다.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회 회장은 “의사들(양방)은 한의학과 한의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일부 협진에 동참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돈벌이를 위해 명예를 팔았다고 비난한다”고 말했다.
의원 급까지 협진을 확대하려던 복지부의 입장에도 변화가 보인다.
방석배 복지부 건강지킴이 일차의료개선 TF팀장은 “병원 급 협진이 시생된 후 2개월 만에 25개 병원이 참여했고 6개월여가 지났을 때는 70여개 병원으로 확대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방 팀장은 “병원 급은 필요에 의해 협진이 확산 중이지만 의원 급으로의 확대는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며 “협진에 의한 시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는 의료계가 협진을 통해 화합과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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