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위원장은 이날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를 주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 개회사 및 기조연설을 통해 “국민연금 적립액의 경우 작년 말 이미 324조원에 이르렀고, 오는 2043년이면 250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미래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작년말 현재 적립금의 17%인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해 139개 국내기업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곽 위원장은 “연기금의 성실한 주주권 행사는 가입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법적 기본의무를 다하는 것이다”면서 “민법상 기본원리일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법에서도 규정한 의무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1주 1권리 행사’는 교과서적 원칙임에도 지난해 신한금융의 경영권 분쟁 당시 6.08%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일본계 주주 등과 달리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한 건 불합리한 사례였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도 현재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5%의 지분을 보유, 이건희 회장의 3.38%보다도 많은데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왔는지 매우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포스코, KT 등 오너십이 부족한 대기업도 방만한 사업확장 등으로 주주가치가 침해되고 국내 경제에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곽 위원장은 “현재 우리 경제는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취약한 공적 기능을 북돋을 수 있는 ‘촉진자(catalyst)’가 필요한 상태다”며 특히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는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접근하는 게 효율적이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곽 위원장은 “스스로의 혁신이 없는 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면서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국민연금의 내부역량 강화 △관치(官治) 논쟁 등을 막기 위한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 및 △기금운용의 투명성·독립성 등을 필수 과제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도 토론회 환영사에서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기금은 다수의 가입자와 자본을 확보해 사회적 책임 투자를 실행키에 가장 적합한 주체다”면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투자대상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이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공적 연기금의 역할 선진화’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종합적 투자방식으로서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해외 연기금 주주권 행사 사례와 시사점’에 관한 발제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연금인 캘퍼스(CalPERS)의 주주권 행사 사례를 소개한 뒤, “국민연금도 소극적이고 1회적인 의결권 행사관행에서 벗어나 주주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하고, 국내외 기관투자자 간 연대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시장 개혁에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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