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환율하락의 주범으로 외화채권인 '김치본드'를 꼽아 눈길을 끈다. 김치본드는 해외기업들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이다. 미국의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가 지난 2006년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달러화로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 시초가 됐다.
김치본드는 이처럼 달러화, 유로화 등 외국통화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원화로 발행하는 '아리랑본드'와 다르다. 아리랑본드는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원화로 발행·판매하는 채권이다. 1995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80억원 규모의 원화 채권을 발행했을 당시, 주간사였던 한국산업증권이 일반인 공모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사실 김치본드는 도입 초기에 국내에서 달러 표시로 발행되기 때문에 외환관리와 환율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았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달러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국내기업이 외화 표시 채권 발행을 남발하면서 김치본드가 단기외채 증가의 주범이 됐다. 전세계적으로 저금리의 달러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국내기업들이 원화보다는 외화표시채권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발행금리만 비교하더라도 외화표시채가 원화표시채보다 40~50bp 더 낮다. 김치본드 발행규모는 지난해 61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올 1분기에만 37억달러가 발행될 정도로 급증했다.
발행주체별로는 민간기업이 김치본드 발행을 주도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민간기업은 22억달러, 공기업 9억5000만달러, 비은행 금융회사 2억6000만달러, 국내기업의 해외현지법인이 2억9000만달러 순이다.
금융 및 정책당국이 김치본드 발행 급증을 우려하는 이유는 단기외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본드를 발행한 기업이 외화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외은지점과 스와프 거래를 하고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은 이에 따른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외화를 빌려서' 현물시장에 내다 판다.
이처럼 '외화를 빌리는' 과정 때문에 단기 외채가 급증하게 되고, 단기 외채 급증은 원화 강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오는 29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외은지점을 대상으로 김치본드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정책당국이 김치본드 창구지도에 직접 나서면서 국내기업의 발행을 사실상 금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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