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술의전당 김장실 사장. 사진=홍정수 기자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어릴 때 바닷가에서 여객선이 왔다 갔다 하면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고 자랐습니다. 나무하러가고, 소 꼴 먹이러 가고, 풀 베러 갈 적에 노래를 많이 부르고 다녔죠. 집집마다 울려퍼지는 유선 스피커를 통해 라디오 프로그램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 버릇이 계속 이어져서 대학 다닐 때, 고시 공부할 때에도 늘 노래를 부르면서 지냈습니다.”
예술의전당 김장실(56)사장은 만나자 마자 어린시절 추억으로 안내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목포는 항구다’에서 ‘하룻밤 풋사랑’ ‘여자의 꿈’에 이르기까지 좋아하는 노래가 자꾸 변한다는 그는 결국 이경화의 ‘남은 이야기’한소절까지 불렀다.
“달콤한 꿈처럼 짧았던 가버린 우리의사랑
쉽사리 못잊을 그리움 그리움 남길줄이야“
청아한 목소리. 박자, 리듬 딱딱 맞는데. 한두번 불러본 솜씨가 아니다. 김 사장의 음악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대중가요를 주제로한 강의에서도 스타 강사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시절 전남 장성군 장성아카데미 초청강의에서 우리나라 저명 강사들을 다 제치고 가장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에서 ‘다시 듣고 싶은 강의 1위’에 뽑히기도 했다. 현재는 대중가요 담론을 총결산해서 집필한 '한국대중가요의 정치사회학'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이 어떤 곡인지 아세요? 그 곡은 원래 베토벤이 나폴레옹에게 바치려고 했는데 그가 황제자리에 오르자 실망한 베토벤이 다른 귀족에게 선물한 곡입니다. 이처럼 위대한 음악의 탄생 뒤에 있는 정치사회적인 사건들과 그를 아우루는 시대정신을 살펴보는 작업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그는 음악과 예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자랑했다. 하지만 원래는 클래식 쪽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예술국장 시절에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다고. 하지만 즐기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영남대 법대를 거쳐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김 사장은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해 1979년 문공부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문화관광부 공보관,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 국무조정실 교육문화심의관,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등 문화예술정책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리고 2009년 12월 예술의전당 12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예술행정과 관련된 업무를 계속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문화부 차관 끝난 뒤에 예술관련 업무를 하게됐습니다.”
![]() |
사진=홍정수 기자 |
그간 예술과 관객의 소통을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 온 그는 취임 이후 많은 일을 했다.
김 사장이 주력했던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명품공연 기획’ ‘수준높은 서비스’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 이 세 가지는 취임이후 3대 목표로 제시한 것들이다.
“대부분 만족스럽게 달성됐다고 봅니다. 우선 기획 면에서 다른 일반 민간 기획자들이 못하는 공연들을 많이 했죠. '토요콘서트’와 ‘대학 오페라 축제’ ‘명품 연극 시리즈’ 등을 만들어 성공을 거뒀습니다.”
가장 성공한 공연은 ‘토요 콘서트’다. ‘토요 콘서트’는 예술의전당의 2300석은 물론 합창석까지도 꽉 찼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우리 사회가 토요휴무제가 정착이 돼가고 있는데 이런 사회에서 새로운 패턴의 기획을 해야겠다 해서 ‘토요 콘서트’를 작년에 만들었습니다. 11시 콘서트는 주부들이 많이 왔다면 토요 콘서트는 부부,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전석 매진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상당히 보람됩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을 위해서 민간자본을 대거 유치했다. IBK로부터 45억, CJ로부터 150억원을 유치했다. 이에 오는 10월 챔버홀이 개관되며 내년 12월에는 현재 691석 규모의 토월극장을 3층 1030석 규모의 중·대형 극장으로 재개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롯데백화점으로부터 자금을 얻어서 각종 전시, 공연에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들을 위한 키즈 라운지를 개설 했고, 신세계로부터 5억을 받아 미술관 앞 광장에 신세계 스퀘어를 만들었다.
‘수준 높은 서비스’ 부문은 김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신경 쓴 부분이다.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친절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기획재정부 주관)에서 지난 3년간 ‘미흡’에서 최고 점수인 ‘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다며 신이 나서 말했다.
"신세계에 부탁해서 예술의전당 서비스 정도를 평가하게 하고, 자체 고객만족도 TF를 구성해서 매일같이 점검해서 노력한 결과 그전까지는 점수가 70점대 였는데 작년엔 94점을 받았습니다. 우수 사례로 공공기관장 회의때 발표도 했죠."
김 사장은 무척이나 뿌듯해했다.
‘클래식 한류’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작년 3월에는 중국의 북경 국가대극원과 MOU를, 9월에는 일본 신국립극장과 MOU를 맺었다. 일본과 공동으로 제작했던 ‘야끼니꾸 드래곤’도 절찬리에 끝났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이런 역사적 시점에서 미뤄 봐서 예술의전당을 클래식 한류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다른 공연장이 할 수 없는 공연을 기획하고, 이 공연들이 국내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화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겠죠.”
김 사장은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남은 임기동안에는 유명 아티스트들을 묶거나 한·중·일 세 나라를 묶어서 아시아 투어, 유럽 투어, 남미 투어 등을 해볼 수 있도록 대담한 기획을 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자금 유치를 확대해 자금력 확보에도 최대한 나설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런 김 사장에게 풀고 싶다는 오해가 있단다. 바로 ‘예술의전당이 대관 공연이 많아졌다’는 일부 지적에 관해서다.
“예술의 전당은 개관 이래로 대체적으로 기획 20%, 대관 80%를 유지해왔습니다. 문화부의 국립공연장 전문화 방안에 따라 국립예술단체의 공연도 늘어나고 민간단체의 공연건수도 증가했습니다. 국립단체의 공연일수 확보에 따라 오페라하우스 기획공연이 5% 정도 줄어든 것인데, 자체기획이 많지 않다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민간의 기획력이 커지고 예술단체의 능력이 커졌기 때문에 예술의전당 자체의 기획이 그렇게 돋보이진 않아보일 뿐입니다.”
김 사장은 이같이 해명하며 국립단체에도 기회를 많이 주고, 기획력이 우수해진 민간단체의 공연을 많이 올리는 것이 공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술의전당이 교통이 불편하다는 말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았다.
“그것이 제일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관객들이 편리해 질 수 있도록 방안을 구상 중인데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닙니다. 남부터미널에서 가장 빠르게 올 수 있는 방법을 서초구청과 서울시와 협의 하고 있어요. 충분히 협의가 되면 발표를 할 생각입니다. 교통대책은 따로 마련하고 있어요.“
![]() |
사진=홍정수 기자 |
김 사장은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고 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선지 공연을 보고 울어본 적이 없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 대신 얼마 전 열렸던 교향악축제에서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서울시향 연주가 너무나 감명 깊었다고 털어놨다.
“정명훈 지휘자가 마지막 여운을 즐기기 위해 연주가 끝난 뒤에도 가만히 서있었거든요. 그러자 관객들은 숨 죽이고 있다가 몇 분이 지난 후에야 일제히 박수를 쳤어요. 우리 관객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김 사장은 "수준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부합하는 공연장으로 우뚝 서게 하고 싶다"며 "남은 1년 반의 임기 동안 예술의 전당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래 실력이 뛰어난데 공연을 한번 열어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절레절레 손을 흔든다.
"아이구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아마추어들끼리 즐기는 정도입니다. 하하.”
■김장실 사장은
△56세 △경남 남해 △영남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하와이대 정치학 박사 △제23회 행정고시 △문화체육부 어문과장 △문화관광부 공보관 △국립중앙도서관 지원연수부장 △문화관광부 예술국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 △국무조정실 교육문화심의관 △문화관광부 종무실장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제7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제8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