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멕시코 중앙은행은 전날 낸 월간 통계 보고서를 통해 지난 2~3월 93.3t의 금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시세로 45억 달러 어치로 연간 전 세계 공급량의 3.5%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FT는 멕시코의 금 사재기는 최근 신흥국에서 일고 있는 보유외환 다양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달러화 가치가 추락하자, 신흥국들이 달러화 비중을 줄이는 대신 가치불변의 금 보유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최근 수년간 중국, 러시아, 인도도 상당량의 금을 매입했으며 태국, 스리랑카, 볼리비아 등도 일정량의 금을 사들였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해 중앙은행들은 20년만에 금 순매수자가 됐다. 금값이 연일 치솟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FT는 지적했다. 지난 2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분 금은 1557.1 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멕시코가 금을 대거 매입한 덕분에 전 세계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 공적부문의 금 매입 규모는 달러화 가치를 금에 묶어뒀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1971년 무너진 이후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었다.
앞서 귀금속 전문 컨설팅업체인 GFMS는 올해 공적부문의 금 순매입 규모가 240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회사의 필립 클렙위크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 중앙은행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 수치는 결국 보수적이었다는 게 판명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부문은 1981년 사상 최대인 276t의 금을 순매입한 바 있다.
FT는 중앙은행들이 20년만에 금 순매수 세력으로 떠오른 것은 종이화폐와 국채에 대한 신뢰로 특징지어졌던 한 시대가 끝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는 올 들어 전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10% 추락했으며, 사상 최저치에서 거래되고 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주요국도 이제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로의 회귀를 고려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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