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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北비핵화 제안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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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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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대통령 北비핵화 제안 의미와 전망

北에 비핵화 압박 메시지..'核회담 조속반응' 촉구
대북 '원칙 고수' 의미..북한 수용가능성 높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북한 비핵화 제안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금 변곡점에 올라서고 있다.

   6자회담 재개의 첫 단추격인 남북 비핵화 회담을 놓고 북한이 '장고'를 거듭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의 결단을 압박하는 고강도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와 비핵화에 대해 확고히 합의한다면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내년 봄 세계 50여개국 정상들이 한반도로 집결하는 핵안보회의를 계기로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통 큰' 진전을 일궈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큰 틀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그랜드바겐(일괄타결)'과도 궤를 같이한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할 경우 '동시에' 한국과 국제사회가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경제지원을 본격화한다는 게 그랜드바겐의 기본 구상이다.

   핵안보정상회의는 바로 이 같은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지원방안을 공론화할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그랜드바겐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 대통령의 이번 구상이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핵안보정상회의를 유치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하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서 합의된 사항을 따르게 된다면 저는 기꺼이 (김 위원장) 초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발언이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현 국면이 북한의 반응 여하에 따라 '대화' 쪽으로 급진전될 수도 있고 반대로 '경색' 쪽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미묘한 국면이라는데 있다.

   특히 현시기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프로세스(남북→북미→6자회담)'의 첫 단계인 남북 비핵화 회담에 대해 북한의 공식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국면이다.

   북핵협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시험대에 올라 있는 중대한 시점에 와있는 셈이다.

   따라서 남측의 통치권자가 직접 나서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북한의 '결단'을 압박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앞으로의 북핵협상 과정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끌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표명한 이번 구상은 3단계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진행돼 적어도 하반기에는 6자회담이 열리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남북 비핵화 회담과 북미대화를 거쳐 6자회담을 재개한 뒤 거기서 과거 9.19 공동성명과 같은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핵안보정상회의 초청카드를 쓰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는 북한이 전체 핵프로그램을 언제까지 폐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야 한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만일 이 대통령의 구상대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고 김 위원장이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받는다면 이는 남북 정상회담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남측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헌정사상 초유인데다 남측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역사적 의미도 띨 수 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구상이 어느 정도 실현가능성을 가질 수 있느냐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온 행태로 봤을 때 '비핵화에 합의한다'는 전제 자체가 쉽게 성립되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지적이다.

   현재 북한은 중국의 '중재'로 인해 3단계 프로세스에 일정 정도 호응할 가능성은 있으나 프로세스 진전의 핵심사항인 비핵화 사전조치를 놓고는 한미와 기본적으로 이해가 다르다.

   비핵화 사전조치 없이 6자회담을 통해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어서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남북대화를 통해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고 북미대화를 거쳐 6자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지난할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 만을 상대로 이른바 통 큰 담판을 시도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제안을 어느 정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북한의 협상전략도 일괄타결 방식보다는 '살라미(흥정 대상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야금야금 실속을 챙기는 전법)'식 전술을 주로 써왔다는 점에서 이번 구상에 호응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설정해놓은 또 다른 '문턱'이 관건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독일 방문을 통해 천안함ㆍ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다시 한번 강조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의 대전제임을 확인시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천안함ㆍ연평도 사과는 비핵화 합의 이전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중단ㆍ 폐기 역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기본적 전제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비핵화 합의의 대가로 지급되는 '당근'이 북한에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설지도 미지수다.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초청을 받아 국제적 다자무대, 그것도 남한으로 나오는 데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실현가능성 자체보다도 '원칙을 지켜내는' 북핵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데 보다 큰 의미가 있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현인택 통일장관을 유임시키고 독일 방문을 통해 천안함ㆍ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거듭 강조한 것도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공'을 넘겨받은 북한이 조만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그간 전방위적 대화공세를 펴온 북한이 이 대통령의 구상을 고리로 대화재개 흐름에 호응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 정부의 원칙론 고수와 강경 이니셔티브를 확인한 이상 경직된 반응을 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 구체적인 반응은 조만간 남북 비핵화 회담에 대한 '답'으로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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