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숙 한국식품연구원 산업원천기술연구본부 신소재연구단 연구원 |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서울시민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민 61.6%는 ‘식품이 안전하게 유통·관리되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 중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도 7.9%에 달해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였다. 가장 불안하게 느끼는 식품성분은 향과 맛을 돋우기 위해 넣는 ‘식품 첨가물’(25.7%)이었다. 이어 ‘발암성분’(21.2%), ‘중금속’(16%), ‘다량섭취 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음식’(15.5%) 등의 순이었다. 원산지 표시준수 여부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57.3%)가 절반을 넘었고, 표시를 했더라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역시 57%에 달했다. 시민들은 식품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 당국의 약한 처벌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 식품의 안전성 논란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1966년 11월 19일 경북 포항의 '삼륜 포도주 사건'으로 포도주에서 인체에 해로운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면서 부터다. 이 외에도 식초, 화학간장 파동, 콩나물, 두부, 라면 파동, 포르말린 골뱅이 통조림 사건, 납 꽃게, 쓰레기 만두, 중금속 낙지 등 아직도 식품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유해식품 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고 소송에 걸리더라도 손해부분에 대해서만 배상하면 되도록 해 식품회사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처벌이 약한 현행법과 이기적인 기업윤리에 대해서는 법보다 효과적인 처벌수단으로 소비자들의 새로운 의식이 공존해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비윤리적 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한 공감대를 소비자들 스스로가 형성한다. 일본의 유제품업체 유키지루시는 시장점유율 80%의 거대 기업이었지만, 식중독 안전사고를 유발하면서 지난 2002년 소비자들에 의해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국내에서도 불량만두 사태를 접한 이후 일부 소비자들이 힘을 모아 ‘불량식품 근절 운동본부’, 불량 식품 근절을 위한 ‘아줌마가 지키는 밥상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현실은 아직도 미미할 뿐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국민들이 건강과 식품위생에 민감하고 업체들도 불량재료로 음식제품을 만들다가 적발되면 엄중한 처벌을 받고 있으며, 사회적인 비난으로 기업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큰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있다고 해도 대부분 고의가 아닌 부주위에 의한 것이다.
‘짝퉁 천국’으로 유명한 중국은 2000년대부터 국민의 건강과 권익을 위해 보상금제도와 캠페인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국 소비자협회 3138개가 활동하고 있고, 소비자 권익보호법을 공식 제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소비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가짜 상품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민간단체와 관련 협회가 좀 더 능동적인 자세를 갖고, 국민이 참여하는 범 식품안전운동을 펼쳐야 한다. 정부는 식품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이해하기 쉽게 국민에게 제공하고, 정보 전달과 함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관련 법규와 조직을 정비하고 식품안전 요원과 식품분석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식품안전을 위한 정비를 하루빨리 이루어야 할 것이다. 먹을거리의 안전은 그 국가 경제수준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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