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역대 챔피언스리그 우승 횟수 3회', '올해 자국리그 순위 1위'의 공통사항을 가진 두 팀의 상호전적은 3승4무3패. 이 정도면 정말 누가 더욱 우월할 지 구분이 어렵다. 아니, 우월한 팀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한 과정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강하고 누가 우월한 지 가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꼭 있기 마련이고 때문에 분석과 다툼이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수많은 분석과 다툼보다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맞붙어 겨루는 것이 의문점을 푸는 가장 쉬운 방법. 그렇기에 많은 축구팬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3시 45분 치러지는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챔피언스리그' 또는 'UCL') 2010~2011시즌 결승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가장 마지막까지 웃을 팀은 과연 누가 될까?
◆다른 듯 비슷한 두 구단…"호적수도 이보다 호적수가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맨유와 바르샤는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세 번의 우승 경험이 있다. 가장 최근의 우승 기록은 맨유는 2007~2008시즌, 바르샤는 2008~2009시즌 우승이 꼽힌다.
참고로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우승팀은 바르샤 소속 국가인 에스파냐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제껏 9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이어 AC밀란(이탈리아·7회), 리버풀(잉글랜드·5회), 바이에른 뮌헨(독일·4회), 아약스(네덜란드·4회)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또한 양 팀은 모두 열 차례 붙어 '3승4무3패'라는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 중 유럽 클럽대항전은 모두 두 차례로 역시 양 팀 모두 '1승1패'라는 같은 결과이다.
맨유는 지난 1991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치러졌던 유럽축구연맹(UEFA) 위너스컵 결승에서 바르셀로나를 2-1로 꺾고 정상에 올랐으며, 바르셀로나는 2008~2009시즌 챔피언스리그의 결승전에서 맨유를 2-0으로 누르고 우승의 영광을 얻어냈다.
더불어 양 팀 다 자국의 리그에서 압도적 전력으로 올시즌 우승을 이뤘다는 사항도 비슷하다. 맨유는 올시즌 영국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리그의 역대 최다인 19번째 정상에 올랐다.
바르샤 역시 스페인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통산 21번째 챔피언을 기록했다. 특히 바르샤는 올해 우승으로 3시즌 연속으로 우승을 기록한 팀이 됐다.
그렇기에 양 국가의 최강 실력과 양 국가의 최고 인기를 다 일궈놓은 둘의 결승전은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명문팀을 추려내는 경쟁의 일전이 될 것이다.
◆같은 듯 차이나는 두 구단…"실력은 막상막하인데 사람과 스타일은 차이난다"
하지만 두 구단이 유럽축구 최후의 강자를 구분하는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이상하리만큼 차이가 많다.
일단 구단을 이끄는 감독부터 확연한 차이가 있다. 맨유의 알렉슨 퍼거슨 감독의 나이는 70살. 반면 바르샤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나이는 40살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나이차가 무려 30살이다.
'백전노장' 퍼거슨 감독은 지난 1986년 11월 맨유의 감독에 오른 이래 25년간 맨유는 물론 세계 축구클럽 역사를 새로 기록한 인물이다.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12회 우승, FA컵 5회 우승, EPL 구단 사상 최초의 트레블(EPL 정규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달성, EPL 사상 최초의 정규리그 3연패(1999~2001) 등이 퍼거슨 감독의 업적이다.
반면 37살인 2008년 처음 바르샤 감독에 오른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단시간에 명장 자리에 올랐다. 부임 첫 해인 2008년 2008~2009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다음 해인 2009년 UEFA 슈퍼컵·스페인 슈퍼컵·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석권, 프리메라리가 3시즌 연속 우승 등 과르디올라는 무섭게 빠른 속도로 세계 축구의 주요 인물로 떠오르는 감독이다.
구단을 이루는 주축 선수 구성도 차이가 크다. 바르샤는 '현역 최고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다비드 비야,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까지 대다수 선수가 스페인 출신 선수이거나 스페인어권 국가 출신의 선수다.
하지만 맨유는 웨인 루니와 리오 퍼디낸드 등의 잉글랜드 출신 선수도 주요 선수지만 네마냐 비디치(세르비아), 나니(포르투갈), 파트리스 에브라(프랑스), 에드윈 판더사르(네덜란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멕시코), 박지성(대한민국) 등 유럽은 물론 미주와 아시아 등의 우수 선수 일체를 엮었다. 경기가 끝난 후 촬영한 선수단 사진을 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경기 진행 스타일 차이도 크다. 바르샤는 '패스축구'로 불릴 정도로 정교한 패스를 토대로 하는 점유율 위주의 축구다. 꾸준히 패스를 주고 받다 결정적 순간에 골을 차 넣는 스타일인 것이다. 현란한 개인기는 지루할 수 있는 바르샤의 출구를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양념 역할을 한다.
반면 맨유는 수비 능력도 탁월하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토대로 하는 빠른 역습도 장점이다. 최전방 공격수인 웨인 루니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스피트가 장점인 선수로 역습에도 능하다.
더불어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지도능력과 경륜이 효과를 발하는 팀이다. 정상급 선수의 영입이 아닌 유망주 영입 정도로 시즌 초반을 거뜬히 넘겼고, 시즌 내내 속출한 부상 선수의 문제를 빠른 대처로 전혀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맨유에는 위기 순간에도 명장 퍼거슨이 있다.
◆과연 박지성은 어떤 활약을 펼칠까?
맨유와 바르샤의 챔피언스리그를 지켜보는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 최고 관심은 단연 한국인 박지성의 활약이다. 박지성이 나올 수 있을 지 나올 경우에는 어떤 활약을 펼칠 지에 대해서 많은 한국 축구팬은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일단 박지성의 선발 출전은 의심 여지가 없어 보인다. 퍼거슨 감독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각종 외신이 박지성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고 퍼거슨 감독도 24일 영국 캐링턴에 있는 트레이닝 센터에서 UFEA가 주최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박지성의 활용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더군다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인 블랙폴과의 경기에 2주의 휴식을 마치고 출전해 1골과 1도움의 활약을 펼치자 후반 초반에 교체로 휴식 기회를 줬다. 이는 챔피언스리그 출전 대비 조치라는 분석이다.
물론 올시즌 활약만 보면 최종엔트리 포함 여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박지성의 역할로 메시의 방어를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 치렀던 바르샤와의 경기에 퍼거슨은 메시 방어에 소홀하면서 이것이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대다수였던 데다 박지성의 공간 활용능력은 이미 여러차례 빅매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검증됐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주역할이 메시의 전담마크가 된다면 중앙으로 이동해서 프리롤로 활동할 것으로 보여진다. 2009~2010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AC밀란(이탈리아)전을 생각하면 된다. 당시 박지성은 메시와 같은 역할인 피를로의 전담마크로 그를 그림자처럼 붙어 완벽하게 봉쇄했고 이를 행하는 과정에서 좌우로 오갔다.
박지성은 적장인 과리디올라 감독도 "에르난데스를 중심으로 박지성과 루니, 발렌시아가 이끌 맨유 공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박지성이 이번 결승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며 한국 축구팬들을 열광토록 할 지를 지켜보는 것도 올 결승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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