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해외 M&A 다시 속도…대지진 후 20% 증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5-31 16:0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내수시장 침체·엔고로 구매력↑·두둑한 현금<br/>신흥시장 개척·생산거점 분산 등 목표 뚜렷

(아주경제 이가영 기자) 일본 기업들이 대지진의 충격을 뒤로 하고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1일 지난 3월 대지진 발생 이후 주춤했던 일본 기업들의 M&A 행보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대지진 발생 다음날인 지난 3월12일부터 5월27일까지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건수는 1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했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건수는 지진 발생 이후 3주간은 26건으로 한 해 전에 비해 20% 급감했다가 4월 이후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지진 발생 직후에는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복구에 나서느라 M&A 검토를 중단했지만, 4월 이후 대지진의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기업들이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4월 이후 해외 M&A 건수는 1년 전보다 40%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자체 분석을 통해 일본 기업들이 올 들어 해외 M&A에 쏟아부은 자금이 250억 달러가 넘는다는 보도했다. 이는 해외 M&A가 정점에 달했던 2006년 1년치 규모를 능가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엔화값 급등으로 구매력이 커진 일본 기업들이 2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 현금을 활용해 해외 M&A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일본 기업들이 신흥시장 개척을 목표로 M&A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다케다(武田)약품공업은 최근 약 1조1100억엔을 투자해 동유럽과 중남미 등지에 수익 기반을 갖고 있는 스위스 제약회사 나이코메드를 인수했다. 이는 일본 제약업계 사상 최대의 빅딜로 기록됐다.

NTT데이터는 브라질 및 터키 등지에 거점을 둔 이탈리아의 정보시스템업체 밸류팀스파를 인수했다.

해외 M&A는 일본 금융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해상화재보험은 인도네시아의 생명보험회사 지분을 50% 사들였으며, 인도네시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인터넷 증권사인 마넥스그룹은 거래시스템 개발 노하우를 보유한 미국의 인터넷 증권사를 인수하기 위해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있다.

성장 전망이 밝은 분야도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시바는 차세대 송전망(스마트그리드)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00억엔을 들여 스위스의 랜디스앤기어를 인수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인 글리는 스마트폰용 게임을 개발하는 미국 기업을 흡수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내수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엔고로 인해 과거보다 싼 가격에 해외 기업을 인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는 대지진을 교훈 삼아 향후 생산 거점의 해외 분산을 노린 해외 M&A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